외국인 교환학생과 꽁냥꽁냥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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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더라.
생글생글 웃으며 올려다 보는 밍밍이 얼굴에 나도 모르게 키스해도 되냐는 말을 뱉을뻔 하다가
정신차리고 겨우 알겠다는 대답 정도밖에 할 수 없었어.
그렇게 우리는 얼떨결에 술을 한잔 하게 되었고....................
ㅋㅋㅋㅋ 미안하지만 아쉽게도 별 일 없었어. 그냥 데려다주는 길에 기분 업된 밍밍이가 어깨동무 등등의 스킨쉽 정도?
근데 그때도 내 정신은 혼미해졌지. 남자들 알잖아.. 여자가 대뜸 팔짱끼거나 어깨동무하면 경직될 수 밖에 없는거.
한쪽 팔에 느껴지는 그 폭신폭신하며 부드러운 느낌..!! 더군다나 밍밍이는 건강미로 손꼽히는 독일(?) 여인네여서 그랬는지
걍 얘가 잘난건지 암튼 발육상태도 가히 예술이어서 울뻔했다.
아 진짜 밍밍이 자취방 데려다주면서 옛날에 울집 첫 강아지 죽었을때 생각만 엄청 하면서 갔어.
쓰면서도 아직까지 그리운 냄새가 기억나. 샴푸냄새향수냄새 그리고 그녀 특유의 진한 살내음.
서양인 특유의 암내? 글쎄 암내는 아니었고 바디로션 + 진하고 농익은 살냄새로밖에 안느껴졌어.
암튼 데려다주면서도 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갑자기 끈적끈적해지더니
'..자고갈래?' 라고 말해주길 기대했고 그 이후의 장면들을 상상했지만... ㅋㅋㅋ
그저 마냥 신나서 계속 웃고 하이파이브하고 그러는 밍밍이 얼굴을 보곤 바로 맘접고
맞장구 쳐주다가 집앞에서 가볍게 포옹하길래 기분좋게 받아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 당시의 난 엄두를 못내고 있었기도 했고,
평소 서양인은 개방적이고 원래부터 좀 살갑고 다정하단 편견을 갖고 있을 때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렇게 먼저 다가갔는데 솔직히 그냥 갈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간다고 보내줘놓고서 다시 붙잡기도 좀 자존심 상해서 안잡았다고..ㅋㅋㅋ 난 ㅄ...
아무튼 그 당시 밍밍의 마음을 알 리가 없던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집에와서 여느때와 같이 잘자라며 그녀와 톡을 주고받곤 잠들었지.
그런데 그때부터였던걸로 기억해.
그녀가 틈틈이 메세지를 계속 보내기 시작했어.
별수럽지 않아도 자기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에게 알려주고 물어보고 하더라고.
단순히 수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정말 말 그대로 시시콜콜한 주제들의 이야기들.
자세히 쓰진 않았지만 첫 만남 이후에 수업시간때 만나는 것 외에도 수업시간 전에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어떤 날은 수업 끝나고 같이 점심식사도 갖는 등 수 차례 만나며 좀 많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워낙에 활달하고 스스럼없던 그녀의 영향으로 어느새 나도 머리 정리해주기,
볼 간지럽히기, 먹던거 뺏어먹기 정도는 우스운 지경이 되어있더라 나도 모르게 ㅋㅋㅋ
암튼 그 당시 밍밍이 내게 종알종알 얘기하던 건 대충 이런 식이었어.
밍밍 : 학교 근처에 빵 맛이 어딨습니까?
밍밍 : 빨래가 완성되지 않았어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
밍밍 : 너무 내 머리색깔 눈에 띄어요? 염색하고 싶어요!!
밍밍 : 치킨 먹을껀데 어디서 시켜야 환상입니까?
ㅋㅋㅋㅋ 존귀..
나야 뭐 메세지 답장하고 이러는게 수고스럽지 않았으니까 괜찮기도 했고
이쁘고 섹시한데 귀엽기까지한 여자랑 얘기하는게 즐겁기도 해서 계속해서 톡을 이어가며 대화했다.
당시엔 몰랐는데 나중되서 생각해보니까 띄엄띄엄이지만 하루 종일 서로 연락을 했던 거였더라.
눈뜨자마자 메시지하고 이동중에, 밥먹으면서, 다른거 하면서도 계속 ㅋㅋ
그러다 내가 저녁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핸드폰을 꽤 오래 확인을 못하다가
집에 와서 연락을 했는데 많은 문자 중 마지막에 밍밍이한테 이런 말이 와있는거야.
밍밍 : 어쩌면 내가 당신을 너무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메세지가 많이 방해가 되나요?
지나치지 않다면 계속 메세지 해도 괜찮습니까?
요약하면 저런 뜻이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밍밍이랑 얘기한 것 중에 가장 장문의 메세지였어.
혹시나 자기가 내 사생활에 지장을 주는건지 걱정된다고. 그렇다면 정말 큰 실수겠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자기가 타지 생활을 홀로 하다보니 말할 친구가 필요해서 그런거니까
부디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심각하게 보낸 것 같은데 뭔가 안쓰럽고 귀여웠다 ㅋㅋㅋ
메시지들에 대한 답장이 장시간 안오니까 내가 화나서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길래 지체 않고 바로 답장을 보냈지.
: 미안해요.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메세지 확인이 늦었을 뿐이지 절대 그런건 아니니 너무 신경쓰지 마요.
밍밍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외국사람들은 :D :( :b 뭐 이런거만 쓰는줄 알았는데
저렇게 한국식으로 우는 표현 하니까 저거에 빵터졌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막 웃으면서 메시지 입력하고 있는데 바로 밍밍이가 하나 더 날린 톡을 확인하고는 순간 응..? 하는 마음이 들었다.
밍밍 : 다행입니다. 나 얘기하는거 너무 즐거워요 오빠! 앞으로 계속계속 답장해주시면 고맙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수다쟁이였네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요. 내가 말친구 해줄께요.
밍밍 : 아직 한국말 서툴러서 잘못 썼어요. 너랑 얘기하는게 즐겁다는 뜻이었습니다!
오빠랬다 you 랬다 아주.. 아무튼 킥킥거리며 얘기하던 나는
밍밍이의 저 마지막 말에 묘한 기분도 들고 입꼬리가 씰룩씰룩한것이...참.
나랑 얘기하는게 즐겁다는건 무슨 뜻이지? 호감이 있다는 뜻인가? 날 좋아하는 건가?
그렇다면..? 하는 혼자만의 상상 + 19금 상상을 하다 겨우 참고 함부로 설레발 치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답장을 했어.
: 나도 밍밍이랑 얘기하는게 좋아요. 뭐하고 있어요?
밍밍 : ..>.<
밍밍 : 아! 오빠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내일 바쁩니까 혹시?
서양인은 원래 오픈마인드고 원래 다정다감한거라는 편견이 아무리 평소에 박혀있었다고 해도
저런 말들을 듣다보니까 어느새 나도 좀 마음이 꽁기꽁기하더라.
가슴이 달달해지는 기분에 취해 손가락이 필름이 찢어진건지
처음으로 이런저런 계산 안하고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쳐서 보냈어.
: 안바쁘니까 만나요. 사실 아무리 바빠도 보고 싶어요.
ㅁㄴ어ㅏㅣ머나리ㅏㅁ너ㅣㅏㅇ ㅣㅁㄴㅇ 보내놓고 정신을 차려보니 김치국을 존나 퍼먹은 거 같은거야
솔직히 내일 그냥 바쁘냐고만 물어본건데 난 무슨 지멋대로 내일 보네마네 보고싶네마네 소리를 한건지..
앞 문장은 그럭저럭 무난했지만 뒷 문장은 정말 이리보고 저리봐도 다분히 의도가 있는 뉘앙스였기에 난 정말 너무 창피했다.
멘붕맞은 상태로 이불킥 하며 스스로를 비난하며 자학하고 있었는데
내 방에 '꺄똑!' 소리가 울려퍼졌고 난 발광을 멈추고 조심스레 핸드폰을 확인했지. 대학교 합격 확인할때만큼 떨렸던 것 같음..
밍밍 : 오빠 나 단거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았어요. 지금 그 말 너무 달콤합니다 XD
XD 는 옆으로 돌려서 보면 꺆! 이런 느낌으로 굉장히 웃기거나 즐거울때 쓰는 이모티콘이야.
ㅋㅋㅋㅋㅋ........ 그녀의 답장에 다행이라며 안도했고 잠깐 숨을 고르고나니까 갑자기 저 답장이 엄청 기분좋은거야.
여태까지의 나는 뭔가 좀 편견 + 소심함 + 조심스러움에 그녀를 경계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등한시하고 있었다면,
저 대화 이후의 난 어렴풋이나마 그녀의 맘을 알게 되었고, 내 마음을 좀 더 솔직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기존 관계의 틀에 크게 금이 갔다는 것을 나는 확신했고, 결론을 얻고나니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붙었다.
: 솔직히 당장 보고 싶지만 너무 늦었으니 내일 만나요.
밍밍 : ㅋㅋ.. 지금도 그렇게 늦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의견을 존중할께요 :b
??
오 이런 요망한 절머니 레이디를 보았나............................
워낙에 유머러스하고 센스 있던 밍밍이의 성격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밍밍을 대하는 게 평소 마음과는 조금 달라져 있던 상태라 저런 말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오더라.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여기서 더 설레다간 이성을 놔버릴 것 같아서 우선 내일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입을 맞췄음.
그 뒤로는 평소와 비슷한 전개였지만 이미 내 마음은 달큰달큰 썸썸썸..이었던 톡을 마무리 하고
'흥 뭐 그저 썸 정도 타는 사이고 단순히 얼굴보고 밥먹고 그러는 평범한 약속일 뿐이지 후후' 거리며
.. 나는 사놓고 방치해 썩었을지도 모를 봉인된 마스크팩까지 꺼내 붙여가며 내일을 준비했다.
그리고 당일이 되었지.
나는 여전히 '별거 아니야 암 후후..' 하는 마음으로
..제일 비싼 시계와 몸이 찡긴다 해서 잘 입지도 않던 깔끔한 셔츠와 슬렉스 팬츠를 꺼내입었다.
머리는 스타일링을 하려다가 그냥 단정하게 정리만 하고 내 딴엔
'자연스러운 훈내폴폴 오빠 풀세팅'을 마친 나는 그녀와의 약속장소로 향했어.
어짜피 우리는 학교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나는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아는 사람 30명은 마주친거 같았음.
볼때마다 지인들이 오늘 무슨 날이냐며 뭔데 그렇게 빼입었냐며 던지는 말에 그동안의 나를 자책하고 반성하다가
그녀가 어디쯤 나왔는지 묻기 위해 고개를 숙인채 톡을 쓰고있었는데
엄청 좋은 향기와 함께 내 핸드폰 액정위로 누군가가 커피컵을 들이미는거야
이미 그녀 특유의 향기인 걸 알아챘기에 조심스럽게 커피를 받아들며 내 시선은 손의 주인을 향했고
그곳에는 깔끔한 흰색 계열 샌들에 카라가 달린 파란색 PK 원피스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코를 찡긋대는 그녀가 서있었어.
평소와 다름없이 싱그럽고 예뻤지만 내게 있어서 이제는 의미가 조금 달라진 밍밍이를 한동안 바라봤지.
간질간질한 가슴팍을 달래며 아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꺼낸 말이라고는 멋없게도 꼴랑 이거였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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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얘기 쓰고싶다.
꾸준히 못써서 미안해요 형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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