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여친이랑 동거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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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능력이니 돈이니 외모니 하는데
나의 경우엔 외모도 평범하고, 집도 가난하고, 학벌만 서울 중상위권인 대딩이었다
그나마도 여친이 같은학교 다녔기 때문에 우리가 사귀는 데에 내 학벌이 메리트가 되진 못했다
같잖은 허영심은 그 여자애보다 내가 더 많았다
그 애는 등록금 번다고 카페알바부터 시작해서 누드모델, 단기알바, 임상병리까지 다 뛰었는데
나는 저녁타임에 잠깐 버스타고 가서 과외만 하루에 두 개씩 뛰었다
꼴에 대학생이라고 펜대굴리는 거 미만은 잡이라고 생각했던거지
마지막 과외가 끝나고 여친이랑 같이 사는 500에30짜리 자취방에 도착하면
밤 열한시 반이 넘었다
문 열고 들어가면 여친이 미리 퇴근해서 기다리다가
오늘도 수고했다고 내 옷 벗겨주고 키스하고 눕히고
무슨 남편 퇴근 기다리는 가정주부도 아니고
자기도 일 다 끝마치고 와서 피곤할텐데
섹스하고, 또 하고
하루종일 피곤에 쩔어서 땀난 몸 샤워하지도 않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씩 꺼내서 어두운 방 안에서 같이 마시고
다음날 아침수업 들어가고
인생이 절망뿐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20대의 좋은 추억을 꼽자면 이거다
반지하 자취방에서의 궁상맞은 낭만
대딩이었던 우리의 평일 일과는 크게 4개로 나뉘었다
수업, 공부, 알바, 섹스
남들 다 하는 동아리 축제준비, 과 정기모임이나 엠티, 다른과 애들이랑 미팅, 이런건 우리한테 전부 뒷전이었음
수업만 듣고 평소에 공부 안하면 학점이 좆되기 때문에
난 끝나고 중도로 달려가서 길면 세시간 정도 매일 공부
여친은 오전수업 끝나고 바로 오후알바
난 공부 끝나고 학식에서 저녁 후다닥 먹고 과외가는 버스타고
여친은 집에 와서 그때부터 공부시작
저녁을 같이 먹고 싶지만 서로의 사이클이 달라서 맞추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음
그렇게 밤 11시가 되면 둘의 수업공부알바 3가지 과업이 다 끝난다
그리고 밤부터 새벽까지 발가벗고 누워서 남은1가지 과업에 같이 몰두하고 깊은 잠에 빠지고
다음날 아침 첫수업 나가기 한 시간 전에 일어나면
여친이랑 나랑 서로 얼굴보면서 낄낄댔었다
둘 다 눈이 존나 퀭해있음
다크서클이 매일매일 점점 더 깊어지고
서로 가오나시라고 개드립치다가 오늘도 잘하고오라고 뽀뽀하고 첫수업 출격
기말이 끝나고 장맛비가 반지하 창문을 때릴 무렵
여치니랑 나는 좁은 자취방 책상에 노트북을 놓고
떠나갈듯이 환호했다
나는 30퍼센트, 여친은 전액장학금을 받게 된 것
여친은 여름방학 동안 알바를 풀타임으로 바꿀까 고민하고 있었고
나는 고향에 내려가서 공부방을 본격적으로 뛰어서 다음학기 등록금을 벌어올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둘이합쳐 거진 600만원 장학금을 받았다는건
여름방학동안 다음학기 등록금을 걱정안해도 된다는 것
진짜 좋았다
재수해서 대학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사 최종합격 통지서 받았을때보다 더 좋아서 길길이 날뛰었던 것 같다
여친은 알바를 점심에서 저녁파트로 바꿨을 뿐이었고 나는 과외를 늘리지 않았다
방학엔 당연히 수업이 없고
그럼 그 시간은 뭘로 채워질 지 뻔하지
내 20대에서 했던 섹스 횟수의 95% 이상이 그 두 달이었던 것 같다
진짜 미친 듯이 했다
인터넷에서 콘돔 큰포장 찾아볼 정도로...
아침에 눈뜨면 하고
밥차리기도 귀찮아서 짜장면 시켜먹고 하고
일 끝나고 돌아오면 또 하고
새벽까지 하고
해 뜰때까지 하고
장마라 밖은 서늘한데 방안은 우리둘 땀냄새랑 습기로 가득차 있고
빗방울이 아스팔트에 튀기는 소리가 반지하 창문으로 다 들리고
창문엔 습기 다 끼고
타이타닉 같다면서 낄낄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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