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발굴 썰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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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 더럽게 안되고 대만애랑 브라질애한테 펜팔끊겨서 심란하고.. 아 사진교환을 하는게 아니었는데 찌발...
이 한가한 일요일에 집구석에서 쓸쓸하게 튀어나온 배 만지면서 웹서핑하다가 고지전 짤방보고 생각나서 썰풀어본다.
나 공뭔되야되는데 막 군대얘기 풀다가 막 신고먹고 빨간줄긋는거 아닌가몰겠네
나는 유해발굴감식병은 아니었고 매년 유해발굴 시즌마다 인근 부대에서 중대별로 차출하는데 운좋게 그 중대가 우리중대여서
한달동안 발굴단 따라서 지원나간 케이스였어.
어디서 유해발굴을 했는지 말하면 왠지 막 총이랑 총알주우러 가는 게이 있을거같아서 말안함. ㅎㅎ
유해발굴 가기 한달전쯤이었나 감식단에서 교육와서 그거 한시간정도 받고 애들 체력 단련 시키고 그랬는데
덕분에 한달동안 개인정비시간 이딴거 주말빼곤 거의 없고 무조건 한시간 일찍 취침이어서 군생활중 한달이 거의 일주일만에 지나간 기분이었다.
힘들다면 힘들었고 좋다면 갈굴사람없고 시간빨리가서 좋았음.
물론 갈굼당할 짬밥은 아니었지만 간부들 눈치보고 그래야 하는건 없어서 좋았다는 말임ㅎ
유해발굴하기 전까지 한달동안 기다리면서
대체 뭐 어디를 가길래 선임들이 죽는소리를 그렇게 하나 막 궁금했었는데
한여름에 2시간씩 쉬지도 않고 등산했던거 생각하면 끔찍함 덕분에 내가 178에 60스펙 안그래도 개멸치였는데 56까지 찍었었는데 진짜 샤워하면서 볼때마다
부칸군이 따로 없겠더라 근데 운동 존나되서 오히려 산은 더 잘탐... 지금은 씹돼지되서 걷는것도 힘들지만.
서론이 너무 길었지?
영화 고지전중 한 장면인데
내가 이장면을 보면서 왜 유해발굴이 문득 생각났냐면
유해발굴 하면서 땅을 까다보면 딱 저 모양이 나왔거든... 마치 참호모양새로... 그래서 한참 추억에 잠겼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거지.
산 꼭대기 즉 능선부분에서 벌초를 하면서 쭉쭉 내려가다가 어느 일정 부분까지 내려오면 거기서부터 땅파면서 능선 꼭대기 부분까지 올라오는 작업이었는데
거의 한 1m간격으로 전 중대원이 나란히 한줄로 서서 60cm정도씩 파면서 올라가는거임 그러다가 뭔가 나오는 즉시 바로 스톱 하고 발굴병 애들이 와서
땅을 파기 시작해. 대충 이렇게 말야..
저건 좀 네모가 작은편인데 대충..
한 이정도 크기의 절반정도 크기라고 보면된다. 발굴병애들 무시 못하는게 대충 내가 말하는 사이즈를 파재끼는데에 한 10분?20분밖에 안걸려..
평소에는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애들 파는거 구경하고 띵가띵가하다가 유해 나오는순간부터 작업이 시작되는거지
다시 돌아와서 처음 내가 이 산을 타면서 오르면서 대체 어떻게 이런 첩첩산중까지 와서 전투를 했는지 막 의문도 들고 혹시 길을 잘못든게 아닐까 생각할정도로
힘들었었는데 그땐 도로도 다 비포장 도로라 트럭이고 뭐고 없이 일일히 식량 탄약 나르면서 2시간높이의 고지까지 묵묵히 올라갔을 그분들 생각하면
대단하단 말밖에 안나오더라. 그렇게 거의 산 정상에 올라와서 10분간 휴식! 후 이곳을 파제끼면 되는건가.. 왜 삽질할곳에 애들이 오줌을 싸고있지.. 하고
나도 그냥 애들따라서 영문모르고 그냥 주변에다가 오줌 싸갈기는데 갑자기 휴식 끝 그러면서 지휘간부가 길도 없는 숲속으로 덤불 헤치고 막 들어가는데
거기서 부터가 진짜 헬이었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퍽퍽한 땅이 아니라 완전 습기차서 짓이겨지는 퍽퍽한 흙을 밟고 덤불숲을 헤치고 지나가는데 오르막길에서는 애들이 막
단체로 주르르 미끄러지면서 뒤로 밀려나고 막 나뭇줄기 잡고 기어오르면서 하늘도 제대로 안보이는 숲을 막 파헤쳐지나가는데
레알 선임들이 여기서 뒤질뻔한 애들 존나 많다고 조심하라는 말을 왜했는지 정신이 파딱 들더라
막 수백명인원들이 한줄로 서서 등 암벽에 붙이고 게걸음하듯이 지나가는데 바로 아래는 낭떨어지지 땅은 미끌미끌하지
정신줄 놓고 가다가 앞에가는 인원이 나뭇가지 밀고 가서 다시 쓸려오는 나뭇가지에 얼굴맞고 비명지르고 어느구간가면 애들이 막 네발로 걷고있질 않나..
그런데 뭐 어찌됫든 막 여차저차해서 목적지까지 도달한 순간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그 어두운 숲이 뻥 뚫리면서 딱 이 광경이 펼쳐지더라.
여태까지 올라왔던 산이랑 멀리서 희미하게 차들 지나다니는 도로가 보이는데 바람은 솔솔 불어오지...
어떻게 이런 장소에서 전투가 일어났을까 라는 생각이 막막 들면서 황홀해하던것도 잠시..
다시숲속으로 한 30여미터를 들어가더니 여기가 우리가 유해발굴할 장소라고.. 전부 평탄화라는 명령이 떨어짐.
그래서 그날 첫날은 하루종일 나무들 나무뿌리들 다 톱이랑 삽으로 슥삭슥삭하다 옴. 전기톱만 없었지 말그대로 삽든애들데리고 토목공사하는거랑 다를게 없겠더라.
참고로 나 이때 간부가 부르더니 막 이나무 슥삭슥삭 해달래서 슥삭슥삭 하는데 마침 올라오던 감식단 담당간부님이 쓰러지는 나무에 맞고나서 막 억씨벌너누구야하면서
화내는거보고 개민망했는데 중대장 놀라고 옆에있던 중사간부 표정 썩창되고....
나중에 그 간부님이랑 하룻동안 호 파러다녔음... 나중에 막 쓱 웃으시면서 조심하라면서 쿨하게 끝내셨는데
이제 슬슬 유해발굴시즌이니까 지금도 어디서 유해발굴 하고 계실지도 몰라.
그날 하루는 그냥 나무랑 나무뿌리만 신나게 캐다가 돌아왔는데 하필이면 이거 끝나고 또 얼마 후에 유격인지라 그 첫날 잠드는게 그렇게 끔찍할수가 없더라
아침에 다들 눈뜨자마자 체조하는데 애들 신음소리내고 동기넘이 진지하게 자기 죽을거같다고 하소연하면서 나가서는 막노동 절대 안할거라면서 씩씩대는데
나도 앞으로 한달동안 전투식량 쳐먹으면서 노가다 할 생각에 눈물보가 터지는거 억지로 참고 육공트럭에 올라타고 그날도 여김없이 ㄷㅊ고 산타러 올라감.
나중에는 첨 올라갈때 디질지도 모를 그 산길이 그냥 애들 축지법쓰는거마냥 존나 팔짝팔짝 점프해서 잘 뛰어댕기드라 물론 전날 비왔을때만 빼고서
이제 나무가지들도 어느정도 정리했겠다 아직 캐지 못한 뿌리들이랑 잡동사니 제거하고 점심먹고 누워서 좀 쉬는데
갑자기 손등이 따끔해서 눈뜨고 보니깐 개미새끼 한마리가 대가리 벌리고 막 야리길래 빡쳐서 딱밤한데 갈겼더니 도망갈줄 알았는데
그자리서 계속 버티고 막 댐비는거보고 신기하더라. 원래 보통 개미새끼들 사람들만 봐도 막 빨빨빨 도망가는데 얘는 산개미라서 그런가 하고
던져버렸는데 막 싸한느낌이 들더라고... 이곳을 사수하던 분들도 무서운거 고향에 돌아가고싶은 마음 참고 조국을 위해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셨을꺼 아냐..
애들중 몇몇은 벌써부터 뭐 찾겠다고 난리고... 근데 거짓말안하고 막 시작지점에 줄서서 시작하자마자 삽으로 한번 푹 펐는데 탄피하나가 반짝이면서 튕겨나오더라.
오 시발 총알개쩐당...하면서 발굴병 불렀더니 그냥 갖다 버리라면서 앞으로 존나 나올거라고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파제껴 올라가는데
탄클립이 막 쏟아지기 시작함. 첨에는 막 신기해서 한군데다가 다 모아뒀는데 나중엔 귀찮아서 나오면 나오는대로 다 갖다 파묻어버렸음.
탄클립도 나오고 탄두부분이 뭉툭한 권총탄도 나오고 탄박스도 나오고 전투화 밑창에 전선줄쪼가리 막 죽죽 잡아당겨서 뽑고
혹시 지뢰는 안나오냐고 물어봤더니 아마... 안나올걸요 아마 ㅋ 이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데 아마 삽으로 지뢰 찍어서 터질수도 있는데 그게 설마 너겠어?
라는 표정임... 뭐 결국에 지뢰는 나온적 없었는데 걔내들 말로는 뭐 지뢰가 나올수도 있다나뭐라나 잘 기억안남.
여튼 생전 첨보는 별것들 다 구경하면서 버드와이저도 줍고 가끔 박격포탄같은거 나오면 발굴병이 와서 주워가고 가끔 탄박스도 줍고 우의쪼가리같은거에
개인물품도 나오고 가끔 레어로 완전체 수류탄도 나왔었는데 지금 던지는 수류탄보다 약간 좀더 크고 무식하게 생겼음.
웃긴게 애들 막 삽질하다가 멀리서 우와우와 하길래 애들이 막 수류탄에서 연기난다면서 막 옹기종기 모여서 꿀잼ㅋ이러면서 구경하길래
무서워서 가까이도 못갔는데 그게 터지지는 않아서 다행이지 어떤 미친놈인지는 몰라도 터지는지 안터지는지 삽으로 막 찍은거 생각하면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듬
호기심으로 녹슨 총알에서 화약 빼서 불붙여봤더니 잘 타더만..ㅋ;
여튼 막 생각보다 총이나 철모, 군장같은건 왜 안나오길래 발굴병한테 물어봤더니
나중에 전쟁끝나고 나서 민간인들이 쇠붙이같은거 돈될만한건 다 가져가서 그런거 같다고 하는데 왠지 그럴싸하더라고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 막 그런 괴담 있었잖아?
애들이 엿바꿔먹을려고 대전차지뢰 줏어다가 고물장수한테 줬는데 고물장수가 그거 뜯을려고 곡괭인지 머시긴지로 깡깡 두드려 패다가 폭발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둥...
막 이런 저런 썰 풀면서 계속 작업 하는데 그날 벌써 다른장소에서는 유해가 나왔다더라고... 보진 못했지만
우린 담날 되서야 한구 발굴하게됬음.
그날도 여김없이 그냥 총알 줏으면서 열심히 땅 까고있는데
옆에서 "나왔다!!!!!!" 라는 우렁찬 소리가 들리더니 웅성웅성하면서 애들 다 몰려가길래 나도 막 뒤뚱거리면서 따라갔는데
반쯤 파인 흙 사이로 하얀게 보이더라.. 마치 오래된 낡은 표주박같았는데 딱 보는순간 가슴이 찡했음
다들 자리로 돌아가래서 계속 땅까다가 나중에 간부가 인원 전부 부르더니 와서 보라고 해서 가보니까
발굴병애들이 막 말뚝 박고 선치고 저렇게 정각형모양으로 주변정리 해놓았는데 그 한가운데에 아까 살짝 보였던 유골이
완전히 전신이 드러난채로 누워있었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히 묘사할 수는 없지만 반백년의 세월동안 하늘을 바라본채로 잠들어 계셨던거지.
처참하다고 말을 해도 될까.. 싶은데 막 보는데 진짜 가슴이 탁 막히면서 뭉클해지더라 시선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턱은 완전히 벌어진채로
그날의 끔찍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누워있는데 다행히도 온전하게 보존되어있었고 다들 모여서 잠시동안 묵념하고 중대장 구령에 맞춰 경례한 후
다시 작업 하러갔는데 한 시간후에 또 한구가 발견됨.
첨에 작업하던넘이 막 땅파다가 먼가 갈색 나무조각같은게 나오길래 첨에는 그냥 나뭇조각인가 싶어서 한번 더 파려다가 마침 발굴병지나가길래
보여줬더니 유해라고 해서 발견한 케이스였고 걔가 첨 발견한 지점에서 일부분 나오고 한 5~6m 떨어진곳에서 나머지 부분 발견했는데
회의감들던 애들도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니까 애들 막 자기도 발굴할거라면서 열심히 파제끼는데 그날은 거기서 끝.
다른 작업장소에서는 그날도 여김없이 3구가 나왔다던데 한구는 그냥 어떤넘이 사계정리하다가 손가락뼈? 하나 나왔는데
근데 그거말곤 안나와서 그것만 가져갔고 그것도 한구 발견한걸로 친다더라고...
듣기로는 우리가 그때 하던 지역이 이미 한번 발굴했던 곳이라서 많이 안나올걸로 예상했다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일열로 서서 파올라가는게 아니라 어느 지점 딱 정하고 그지점만 파내려가는 형식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도 십여구가 나와서 설마 또 나오겠어 했는데 그 자리에서만 20여구가 발굴됬으니 참 잘된 일이지.
여튼 우리는 한달동안 첫째날은 사계정리하고 둘째날,셋째날은 사계정리한곳 파올라가길 반복하면서 대략 4주동안 유해발굴을 했었다.
총 합해서 30~40여구정도 발굴했었고. 생각할수록 의미있는 소중한 기억이었다.
도중에 모신나강에 착검시키는 칼같은것도 줏어서 그걸로 후임한테 장난좀 쳤더니 이새끼가 갑자기 양손에 박격포탄 들고와서 방금 캐왔는데 나 죽여버릴거라면서
쫓아오는거 보고 도망치다가 간부한테 걸려서 혼나기도 했고 몇년전에 다른 애들이 버리고간 삼양라면봉지 줍고 허탈해하기도 하고
웃긴 추억도 많았었는데 그냥 지금도 그런 의미있는 일이라면 또 해보고싶긴하다.
비록 힘들었지만 반백년전 조국을 지키다가 산화하신 분들이 앞으로 더 많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날 아침에 잠깐 비내리고 그날 올라가서 마지막 남은 복토작업 하다가 반토막난 안경을 줏었었거든
그거 딱 줍는순간 이걸 다시 땅에 묻어야 하나.. 아니면 아니면 발굴병 줘야하나..
분명 발굴병은 그냥 버리라고 했을테고 딱히 내가 들고가도 뭐 어떻게 할 수도 없을텐데 막 망설여지더라
이걸 다시 땅에 파묻으면 앞으로는 영원히 그곳에 남겨져 있을거란말야.
누군가의 마지막까지 추억이 깃든 물건이 앞으로도 아무도 찾지 않을 곳에 홀로 외로이 남겨져야 한다면 한맺히지 않을까...하다가 괜한 생각인가? 싶어서
그냥 조심스럽게 총알모아둔 구덩이에 올려놓고 왔는데
지금도 그자리서 비맞고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좆짬찌시절에 군생활하면서 새벽에 초병나갔다가 와서 잠들기전 담배한대 피우며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을 볼때마다
이곳에서 나가면 좋아했던 애랑도 연락하고 그리고 놀고싶은것도 즐기고 내가 하고싶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내일도 오늘처럼 별탈없이 시간 빨리갔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항상 기도하곤 했었는데
50년전 그곳에서도 고향 가족 친구들 사랑하는사람들을 그리면서 오늘 하루도 살아남기를 간절하게 바라던 호국영령들의 넋이
반백년이 흘러서 햇빛을 보기까지 홀로 얼마나 외롭게 한이 맺혔을까..
그분들이 그렇게 바라던 내일은 영원히 멈추어 버렸지만 우리는 그분들 덕분에 오늘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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