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썰하나 풀께요
멍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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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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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월 겨울.
나는 군생활 마지막 굉장히 큰 훈련을 앞두고
전역만을 기다리며 무료한 군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뭘해도 시간은 잘 가지 않고,
최대한 간부들 눈을 피해
창고같은데 짱박혀서 잠을 자기가 일수였다.
훈련 바로 전 주말.
평소엔 잘 가지 않던 싸지방에 들렸다.
페북이 한창 유행하는 시기였다.
나도 아이디는 있지만 싸지방의
속도는 워낙 느리기 때문에 페북하기엔 무리였다.
"아이고 할 것도 없고... 요즘 애들이 왜 다들 싸이 안하지ㅠ_ㅠ"
이러면서 싸이월드에 접속했다.
업뎃이 거의 되지 않는 친구들의 싸이를 보고 있는데,
옆에 친구 추천에 [김수정(가명) :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떳다.
"김수정? 누구더라 아 누구지 들어봤는데" 하며
그녀의 싸이월드에 들어가 보았다.
예뻤다.
얼굴을 보니까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것도 같았다.
요즘 군인들은 TV를 자주봐서 굉장히 눈이 높다.
맨날 여자 연예인들만 쳐다보니까 자연스레 눈이 높아진다.
나도 마찬가지로 눈이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예뻤다.
주저할 것도 없이 일촌신청을 했다.
일촌신청을 하고 나서 천천히 그녀의 싸이월드를 구경했다.
구경하는데 뒤에 어떤놈이 서성인다.
우리 생활관 막내였다.
"뭐여, 왜?"
"이병 박찬민!!아닙니다!!!!"
"왜 쉬캬 왜? 왜? 왜 내뒤에서 서성여?"
"그..그게 제가 이 자리를 예약을 해놔서.."
싸지방이라는 곳은 자기가 하고 싶은 시간과 자리를
예약을 하고 사용하게 되어있다.
근데 나는 말년병장이라는 권력을 휘둘러
물론 예약따위는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뭐, 나보고 비키라고?"
"아닙니다!!!!"
"야 막내야 일로 와바, 얘봐봐 이쁘지?"
"예!!!이쁩니다!!!"
"아이씨 소리 좀 지르지마 귀아파ㅋ"
그렇게 구경을 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그녀가 일촌신청을 수락했다.
그렇게 방명록으로 대화를 몇마디 나누었다.
날 기억한다고?!
굉장히 설레였다.
얼굴도 제대로 기억 안나는 그녀였지만,
왠지 모르게 굉장히 설레였다.
그렇게 2주간 큰 훈련을 받고 만신창이가 된 나는
전역전 마지막 말년 휴가를 나갔다.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휴가를 나가자 마자 핸드폰을 샀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어떻게 연락처를 받아내지??
라는 생각과 고민에 사로잡혔다.
그러다가 그냥 방명록에 대놓고 물어봤다.
의외로 쉽게 번호를 알려주는 그녀.
하긴 그녀는 날 그냥 오랜만에 연락한 동창생 정도로 생각하겠지.
아직 사회에 적응도 채 못한 군인.
카카오톡이라는 문명을 접한 나는 신기했다.
분명 입대하기 전에만 해도 문자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녀와 카톡으로 몇마디 나누기 시작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찍 취업해
벌써 1년이 넘게 가구회사에서 일을 한단다.
어린 나이에 벌써 적금도 들고 있고
굉장히 철이 일찍 들어있었다.
보고싶었다. 굉장히 보고싶었다.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었다니..
얼굴도 보기 전에 반할 것 같았다.
그녀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봤다.
일요일. 그녀는 토요일까지 일을 하느라 일요일밖에 시간이 되지 않는단다.
만나자고 말했다.
거절하지 않길 빌었다.
거절하지 않았다.
정말 기뻤다. 전역을 눈앞에 둔 것보다,
그녀가 내 만나자는 제안을 수락한 것이 더 기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부대원들한테 축하받으며 전역을 하고
일요일만을 기다렸다.
일요일 당일.
솔직히 별로 계획이 없었다.
그냥 일단 보고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3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가 좀 늦는거 같다.
고민하다가 전화를 해봤다.
"여보세요?"
목소리도 이뻤다.
"응 어디쯤이야?"
"미안 차가 생각보다 많이 막히네"
"괜찮아 천천히 와~"
40분정도 늦은 그녀가
미안해하며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친구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첫눈에 반했다고 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친소리하지마 미친놈아" 이러면서 웃어넘겼는데
내가 영화속 주인공이 될 줄이야.
너무 예뻤다.
빨간색 스웨터(?)와 검은색 정장상의(아 뭐라고하지 이름이 갑자기 기억이 안나네)를
입고 레깅스에 힐을 신은 그녀.
옷차림까지 전부 내 스타일이었다.
그녀와 함께 미리 알아둔 카페에 갔다.
아오 자리가 개떡같이 맘에 안들긴 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갔다.
카페에 앉아 4시간동안 이야기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나를 10년만에 만난 동창생이 아니라
엊그제까지 만났던 친구처럼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라기 보다는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호응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저녁식사까지 같이 하고 나니
시간이 굉장히 애매했다.
이렇게 그녀를 보내기는 싫은데,
첫 만남이었기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그녀의 집을 데려다 주었다.
생각보다 그녀의 집은 거리가 꽤 되었다.
결혼하기 전에 혼자 독립해 살아보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자취라고 했다.
그녀의 집앞까지 데려다 주고
헤어지기 싫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헤어졌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리 저리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사랑에 빠졌다고 자랑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나는 나름 친구들에게 순정파(ㅋㅋ)로 이름을 날렸다.
여자친구를 만날때에는 정말 그 사람한테 푹 빠지고,
사귀는 기간이 길건 짧건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정말 그 사람만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에는 사귀지도 않는데,
그저 첫 만남이었을 뿐인데,
정말 그녀만을 좋아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첫 만남 후
매일매일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결과는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대부분 내가 먼저 연락을 했지만.
그녀의 싸이월드도 하루에 몇번씩이나 접속했다.
더 알고 싶었다.
그녀에 대해 더 알고,
그녀와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녀의 유일한 휴식일인 일요일을 뺏어서
내가 만난다는 것에 죄책감도 느꼈지만,
내 욕심이 죄책감을 이겨버릴정도로 성장했고
나는 일요일만 되면 그녀를 만나자고 졸랐다.
그렇게 한달여를 만났지만 만난 횟수는 고작 3번.
나는 복학이 다가오는 내가 미웠고,
또 다시 3시간씩 왕복하며 학교를 다니기도 싫었다.
그러다가 나도 그녀처럼 자취를 해보고 싶었다.
그녀와 뭔가 공통점을 갖고 싶었다.
그렇게 엄마를 졸라 시작한 자취.
그녀에게 매일마다 생활노하우 등을 물어보며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아둥바둥 애를 썼다.
그녀가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하루에 몇십번이나 들락날락거리며
그녀의 근황을 파악했다.
스마트폰이 이렇게 고마운 존재일 줄은.
그녀가 무슨 글을 남기면 댓글을 남기고 싶었다.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티내기는 싫었다.
그래서 참았다. 힘들었지만 참았다.
매일마다 핸드폰을 붙잡고 연락을 기다렸다.
물론 연락은 오지 않았고, 항상 내가 먼저 했다.
이따금씩 그녀가 먼저 연락을 하면 굉장히 기뻐서
입이 귀까지 걸리게 웃기도 했다.
친구들이 병신이라고 놀렸지만서도 즐거웠다.
그녀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걱정이 되었다.
직장생활때문에 밥도 잘 못챙겨먹는구나..
그래서 그녀에게 저녁을 먹자고 연락했다.
멀리 나가면 그녀가 힘들고 지칠까봐
집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8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나는 미리 7시에 도착해서 지도 어플을 켜놓고
정릉 일대를 샅샅히 수색했다.
골목이 굉장히 복잡한 동네였지만
왕복으로 5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길을 익혔다.
그러고는 8시에 맞춰 온 척 그녀를 반겼다.
미리 학습해 놓은 경로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육회를 먹어본 적 없다는 그녀에게
거부감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됬지만,
입에 맞았는지 잘 먹는 그녀가 더욱 예뻐보였다.
그녀와 저녁을 먹고 집에 바래다 준 후에
단짝친구1 에게 전화를 했다.
"야"
"왜"
"나 수정이 만나고 오는길이여"
"근데"
"나 수정이 좋아"
"그래서"
"어떡하지?"
"고백해"
"아오 너한테 물어본 내가 빙신이다"
이번엔 단짝친구2 에게 전화를 했다.
"야"
"어"
"나 수정이 만나고 오는길이여"
"나는?"
"뭔소리여"
"나는 안만나줘?"
"아 닥치고 나 수정이가 좋아 어떡하지"
"야 내가 좋아, 수정이가 좋아?"
"왜 내 친구란 새퀴들은 다 이모양이지?????"
연애경험이 없는 빙신같은 친구들한테
고민상담을 한 내가 바보였다.
그렇게 혼자 속앓이를 하며 지냈다.
그녀가 요즘 잠을 잘 못잔단다.
또다시 걱정이 되었다.
쉬는날도 없는데 잠까지 못잔다니......
문득 그때 병세네 집에서 잘때 본
콰이어트 나이트라는 제품을 본게 기억이 났다.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화장품이라고 들었다.
'아오 드디어 단짝친구1 이 간접적이지만 도움이 되는구나'
그길로 단짝친구1 과 단짝친구2 를 데리고
신촌에 있는 바디샵에 들어갔다.
"저기요 콰이어트 나이트라는 제품 어딨어요?"
"여깄습니다 고갱님"
"얼마에요?"
"2만 4천원입니다"
"예? 아..예..(생각보다 비쌌다)"
"포인트카드나 현금영수증 필요하신가요?"
"아뇨, 근데 이거 이쁘게 포장 안되요?"
"포장은 700원 추가입니다. 여자친구분 줄거세요?"
"예?? 아뇨..아니다. 예 맞아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왠지 기분이 좋았다.
여자친구한테 주는 선물처럼 보였나보다 ㅎ_ㅎ
수정이가 여자친구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던 길에 약국에 들러 레모나도 하나 사서 넣었다.
이거 먹고 피곤한 것좀 풀렸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
그렇게 퇴근길에 수정이에게 잠깐만 5분만 보자고 연락했다.
그렇게 길음으로 가는 길에 쪽지를 작성했다.
두근두근 연애편지 작성하는 기분이었다.
'이거 받고 수정이가 잠좀 잘 잤으면..내 마음좀 알아줬으면..'
그렇게 수정이를 만났다.
또 다시 심장은 폭발직전.
두근두근두근두근
"왠일이야 여기까지 와서 보자고 하고"
"헤 이거 선물"
"뭔데??"
"열어보지마!! 부끄러우니까 집에 가서 열어봐^ ^"
그렇게 수정이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나도 돌아가는데 문득 후회가 되었다.
'아쒸 여기까지 왔는데 정릉서 밥이라도 같이 먹고 갈걸'
이미 늦었기에 감사인사는 카톡으로 받겠다고 쪽지에 썼기 때문에,
핸드폰을 붙잡고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녀도 궁금했는지 바로 선물을 열어보고
카톡을 보냈었다.
헤..기뻤다. 내 마음이 전해졌을지는 몰라도,
그녀가 고마워하는게 그냥 기뻤다.
근데 그뿐이었는지 내 마음은 몰라준 것 같았다 ㅠ_ㅠ
여느날 수정이와 페북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수정이와 가장 친하다는 다영(가명)이라는 친구가 보였다.
언젠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친구를 공략하라는걸 봤었다.
그래서 다영이라는 친구와 대대손손 물려받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금방 말을 섞으며 친해졌다.
왠지 수정와 한단계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만남을 2~3번 정도 더 가졌다.
그녀를 보는게 마냥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전이 없는것 같아서 좀 힘들었다.
짝사랑이 이렇게 힘든거구나 ㅠ_ㅠ
근데 그녀에게 고백을 하는건
내 성격상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근데 내가 두려운건 그녀의 거절이 아니었다.
그녀가 거절한 뒤 지금처럼 나를 대해줄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나는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사랑.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자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은 흐르고
3월 25일. 또 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만나자고 했고,
이번엔 꼭 결판을 보리라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종로에서 수정이를 만났다.
형식적인 데이트를 즐겼다.
카페에 갔다가 밥먹고 영화보려다 못보고...
청계천에 가본지 오래됬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청계천에 데려갔다.
청계천을 쭉 걸으며 생각했다.
'아 지금이 타이밍인가,
근디 여기서 차이면 집에 어떻게 데려다줘ㅠㅠ..'
이런 저런 생각에
내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잘 모르겠고,
계속 고백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차 있었다.
결국 그렇게 그녀의 집앞까지 생각만 계속되었다.
버스를 타면서도 멍때리며 생각만 했다.
그녀가 나한테 왜이렇게 멍때리냐고 물을 정도로
골똘히 생각에 빠졌었다.
'아이쒸 이러다 그냥 집에 보내겠네ㅠ_ㅠ...
아니여 이렇게 된거 혼자 집에 있을때
전화로 고백하고 조용한 곳에서 혼자 생각하게 냅둘까?'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그녀를 집에 보내버렸다.
버스타고 집에 가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어쩌지, 어쩔까, 어쩌겠어, 어떡하지, 어쩜좋아'
결국 집앞 공원에 도착할때까지 이생각을 하다가
공원에 도착해 벤치에 앉아서 심호흡 크게 두번한 뒤
휴대폰으로 진작에 외운 그녀의 번호를 다이얼했다.
0 1 0 - X X X X - X X X X
"여보세요?"
그렇게 봄바람과 함께
나의 짝사랑이 막을 내리었다.
나는 군생활 마지막 굉장히 큰 훈련을 앞두고
전역만을 기다리며 무료한 군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뭘해도 시간은 잘 가지 않고,
최대한 간부들 눈을 피해
창고같은데 짱박혀서 잠을 자기가 일수였다.
훈련 바로 전 주말.
평소엔 잘 가지 않던 싸지방에 들렸다.
페북이 한창 유행하는 시기였다.
나도 아이디는 있지만 싸지방의
속도는 워낙 느리기 때문에 페북하기엔 무리였다.
"아이고 할 것도 없고... 요즘 애들이 왜 다들 싸이 안하지ㅠ_ㅠ"
이러면서 싸이월드에 접속했다.
업뎃이 거의 되지 않는 친구들의 싸이를 보고 있는데,
옆에 친구 추천에 [김수정(가명) :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떳다.
"김수정? 누구더라 아 누구지 들어봤는데" 하며
그녀의 싸이월드에 들어가 보았다.
예뻤다.
얼굴을 보니까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것도 같았다.
요즘 군인들은 TV를 자주봐서 굉장히 눈이 높다.
맨날 여자 연예인들만 쳐다보니까 자연스레 눈이 높아진다.
나도 마찬가지로 눈이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예뻤다.
주저할 것도 없이 일촌신청을 했다.
일촌신청을 하고 나서 천천히 그녀의 싸이월드를 구경했다.
구경하는데 뒤에 어떤놈이 서성인다.
우리 생활관 막내였다.
"뭐여, 왜?"
"이병 박찬민!!아닙니다!!!!"
"왜 쉬캬 왜? 왜? 왜 내뒤에서 서성여?"
"그..그게 제가 이 자리를 예약을 해놔서.."
싸지방이라는 곳은 자기가 하고 싶은 시간과 자리를
예약을 하고 사용하게 되어있다.
근데 나는 말년병장이라는 권력을 휘둘러
물론 예약따위는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뭐, 나보고 비키라고?"
"아닙니다!!!!"
"야 막내야 일로 와바, 얘봐봐 이쁘지?"
"예!!!이쁩니다!!!"
"아이씨 소리 좀 지르지마 귀아파ㅋ"
그렇게 구경을 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그녀가 일촌신청을 수락했다.
그렇게 방명록으로 대화를 몇마디 나누었다.
날 기억한다고?!
굉장히 설레였다.
얼굴도 제대로 기억 안나는 그녀였지만,
왠지 모르게 굉장히 설레였다.
그렇게 2주간 큰 훈련을 받고 만신창이가 된 나는
전역전 마지막 말년 휴가를 나갔다.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휴가를 나가자 마자 핸드폰을 샀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어떻게 연락처를 받아내지??
라는 생각과 고민에 사로잡혔다.
그러다가 그냥 방명록에 대놓고 물어봤다.
의외로 쉽게 번호를 알려주는 그녀.
하긴 그녀는 날 그냥 오랜만에 연락한 동창생 정도로 생각하겠지.
아직 사회에 적응도 채 못한 군인.
카카오톡이라는 문명을 접한 나는 신기했다.
분명 입대하기 전에만 해도 문자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녀와 카톡으로 몇마디 나누기 시작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찍 취업해
벌써 1년이 넘게 가구회사에서 일을 한단다.
어린 나이에 벌써 적금도 들고 있고
굉장히 철이 일찍 들어있었다.
보고싶었다. 굉장히 보고싶었다.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었다니..
얼굴도 보기 전에 반할 것 같았다.
그녀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봤다.
일요일. 그녀는 토요일까지 일을 하느라 일요일밖에 시간이 되지 않는단다.
만나자고 말했다.
거절하지 않길 빌었다.
거절하지 않았다.
정말 기뻤다. 전역을 눈앞에 둔 것보다,
그녀가 내 만나자는 제안을 수락한 것이 더 기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부대원들한테 축하받으며 전역을 하고
일요일만을 기다렸다.
일요일 당일.
솔직히 별로 계획이 없었다.
그냥 일단 보고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3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가 좀 늦는거 같다.
고민하다가 전화를 해봤다.
"여보세요?"
목소리도 이뻤다.
"응 어디쯤이야?"
"미안 차가 생각보다 많이 막히네"
"괜찮아 천천히 와~"
40분정도 늦은 그녀가
미안해하며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친구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첫눈에 반했다고 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친소리하지마 미친놈아" 이러면서 웃어넘겼는데
내가 영화속 주인공이 될 줄이야.
너무 예뻤다.
빨간색 스웨터(?)와 검은색 정장상의(아 뭐라고하지 이름이 갑자기 기억이 안나네)를
입고 레깅스에 힐을 신은 그녀.
옷차림까지 전부 내 스타일이었다.
그녀와 함께 미리 알아둔 카페에 갔다.
아오 자리가 개떡같이 맘에 안들긴 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갔다.
카페에 앉아 4시간동안 이야기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나를 10년만에 만난 동창생이 아니라
엊그제까지 만났던 친구처럼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라기 보다는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호응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저녁식사까지 같이 하고 나니
시간이 굉장히 애매했다.
이렇게 그녀를 보내기는 싫은데,
첫 만남이었기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그녀의 집을 데려다 주었다.
생각보다 그녀의 집은 거리가 꽤 되었다.
결혼하기 전에 혼자 독립해 살아보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자취라고 했다.
그녀의 집앞까지 데려다 주고
헤어지기 싫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헤어졌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리 저리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사랑에 빠졌다고 자랑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나는 나름 친구들에게 순정파(ㅋㅋ)로 이름을 날렸다.
여자친구를 만날때에는 정말 그 사람한테 푹 빠지고,
사귀는 기간이 길건 짧건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정말 그 사람만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에는 사귀지도 않는데,
그저 첫 만남이었을 뿐인데,
정말 그녀만을 좋아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첫 만남 후
매일매일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결과는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대부분 내가 먼저 연락을 했지만.
그녀의 싸이월드도 하루에 몇번씩이나 접속했다.
더 알고 싶었다.
그녀에 대해 더 알고,
그녀와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녀의 유일한 휴식일인 일요일을 뺏어서
내가 만난다는 것에 죄책감도 느꼈지만,
내 욕심이 죄책감을 이겨버릴정도로 성장했고
나는 일요일만 되면 그녀를 만나자고 졸랐다.
그렇게 한달여를 만났지만 만난 횟수는 고작 3번.
나는 복학이 다가오는 내가 미웠고,
또 다시 3시간씩 왕복하며 학교를 다니기도 싫었다.
그러다가 나도 그녀처럼 자취를 해보고 싶었다.
그녀와 뭔가 공통점을 갖고 싶었다.
그렇게 엄마를 졸라 시작한 자취.
그녀에게 매일마다 생활노하우 등을 물어보며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아둥바둥 애를 썼다.
그녀가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하루에 몇십번이나 들락날락거리며
그녀의 근황을 파악했다.
스마트폰이 이렇게 고마운 존재일 줄은.
그녀가 무슨 글을 남기면 댓글을 남기고 싶었다.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티내기는 싫었다.
그래서 참았다. 힘들었지만 참았다.
매일마다 핸드폰을 붙잡고 연락을 기다렸다.
물론 연락은 오지 않았고, 항상 내가 먼저 했다.
이따금씩 그녀가 먼저 연락을 하면 굉장히 기뻐서
입이 귀까지 걸리게 웃기도 했다.
친구들이 병신이라고 놀렸지만서도 즐거웠다.
그녀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걱정이 되었다.
직장생활때문에 밥도 잘 못챙겨먹는구나..
그래서 그녀에게 저녁을 먹자고 연락했다.
멀리 나가면 그녀가 힘들고 지칠까봐
집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8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나는 미리 7시에 도착해서 지도 어플을 켜놓고
정릉 일대를 샅샅히 수색했다.
골목이 굉장히 복잡한 동네였지만
왕복으로 5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길을 익혔다.
그러고는 8시에 맞춰 온 척 그녀를 반겼다.
미리 학습해 놓은 경로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육회를 먹어본 적 없다는 그녀에게
거부감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됬지만,
입에 맞았는지 잘 먹는 그녀가 더욱 예뻐보였다.
그녀와 저녁을 먹고 집에 바래다 준 후에
단짝친구1 에게 전화를 했다.
"야"
"왜"
"나 수정이 만나고 오는길이여"
"근데"
"나 수정이 좋아"
"그래서"
"어떡하지?"
"고백해"
"아오 너한테 물어본 내가 빙신이다"
이번엔 단짝친구2 에게 전화를 했다.
"야"
"어"
"나 수정이 만나고 오는길이여"
"나는?"
"뭔소리여"
"나는 안만나줘?"
"아 닥치고 나 수정이가 좋아 어떡하지"
"야 내가 좋아, 수정이가 좋아?"
"왜 내 친구란 새퀴들은 다 이모양이지?????"
연애경험이 없는 빙신같은 친구들한테
고민상담을 한 내가 바보였다.
그렇게 혼자 속앓이를 하며 지냈다.
그녀가 요즘 잠을 잘 못잔단다.
또다시 걱정이 되었다.
쉬는날도 없는데 잠까지 못잔다니......
문득 그때 병세네 집에서 잘때 본
콰이어트 나이트라는 제품을 본게 기억이 났다.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화장품이라고 들었다.
'아오 드디어 단짝친구1 이 간접적이지만 도움이 되는구나'
그길로 단짝친구1 과 단짝친구2 를 데리고
신촌에 있는 바디샵에 들어갔다.
"저기요 콰이어트 나이트라는 제품 어딨어요?"
"여깄습니다 고갱님"
"얼마에요?"
"2만 4천원입니다"
"예? 아..예..(생각보다 비쌌다)"
"포인트카드나 현금영수증 필요하신가요?"
"아뇨, 근데 이거 이쁘게 포장 안되요?"
"포장은 700원 추가입니다. 여자친구분 줄거세요?"
"예?? 아뇨..아니다. 예 맞아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왠지 기분이 좋았다.
여자친구한테 주는 선물처럼 보였나보다 ㅎ_ㅎ
수정이가 여자친구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던 길에 약국에 들러 레모나도 하나 사서 넣었다.
이거 먹고 피곤한 것좀 풀렸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
그렇게 퇴근길에 수정이에게 잠깐만 5분만 보자고 연락했다.
그렇게 길음으로 가는 길에 쪽지를 작성했다.
두근두근 연애편지 작성하는 기분이었다.
'이거 받고 수정이가 잠좀 잘 잤으면..내 마음좀 알아줬으면..'
그렇게 수정이를 만났다.
또 다시 심장은 폭발직전.
두근두근두근두근
"왠일이야 여기까지 와서 보자고 하고"
"헤 이거 선물"
"뭔데??"
"열어보지마!! 부끄러우니까 집에 가서 열어봐^ ^"
그렇게 수정이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나도 돌아가는데 문득 후회가 되었다.
'아쒸 여기까지 왔는데 정릉서 밥이라도 같이 먹고 갈걸'
이미 늦었기에 감사인사는 카톡으로 받겠다고 쪽지에 썼기 때문에,
핸드폰을 붙잡고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녀도 궁금했는지 바로 선물을 열어보고
카톡을 보냈었다.
헤..기뻤다. 내 마음이 전해졌을지는 몰라도,
그녀가 고마워하는게 그냥 기뻤다.
근데 그뿐이었는지 내 마음은 몰라준 것 같았다 ㅠ_ㅠ
여느날 수정이와 페북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수정이와 가장 친하다는 다영(가명)이라는 친구가 보였다.
언젠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친구를 공략하라는걸 봤었다.
그래서 다영이라는 친구와 대대손손 물려받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금방 말을 섞으며 친해졌다.
왠지 수정와 한단계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만남을 2~3번 정도 더 가졌다.
그녀를 보는게 마냥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전이 없는것 같아서 좀 힘들었다.
짝사랑이 이렇게 힘든거구나 ㅠ_ㅠ
근데 그녀에게 고백을 하는건
내 성격상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근데 내가 두려운건 그녀의 거절이 아니었다.
그녀가 거절한 뒤 지금처럼 나를 대해줄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나는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사랑.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자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은 흐르고
3월 25일. 또 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만나자고 했고,
이번엔 꼭 결판을 보리라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종로에서 수정이를 만났다.
형식적인 데이트를 즐겼다.
카페에 갔다가 밥먹고 영화보려다 못보고...
청계천에 가본지 오래됬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청계천에 데려갔다.
청계천을 쭉 걸으며 생각했다.
'아 지금이 타이밍인가,
근디 여기서 차이면 집에 어떻게 데려다줘ㅠㅠ..'
이런 저런 생각에
내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잘 모르겠고,
계속 고백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차 있었다.
결국 그렇게 그녀의 집앞까지 생각만 계속되었다.
버스를 타면서도 멍때리며 생각만 했다.
그녀가 나한테 왜이렇게 멍때리냐고 물을 정도로
골똘히 생각에 빠졌었다.
'아이쒸 이러다 그냥 집에 보내겠네ㅠ_ㅠ...
아니여 이렇게 된거 혼자 집에 있을때
전화로 고백하고 조용한 곳에서 혼자 생각하게 냅둘까?'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그녀를 집에 보내버렸다.
버스타고 집에 가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어쩌지, 어쩔까, 어쩌겠어, 어떡하지, 어쩜좋아'
결국 집앞 공원에 도착할때까지 이생각을 하다가
공원에 도착해 벤치에 앉아서 심호흡 크게 두번한 뒤
휴대폰으로 진작에 외운 그녀의 번호를 다이얼했다.
0 1 0 - X X X X - X X X X
"여보세요?"
그렇게 봄바람과 함께
나의 짝사랑이 막을 내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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