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8 08:53 남이하면 로맨스 내가하면 불륜
★ 국내 유일 무료배팅 커뮤니티, 무료 토토배팅가능 ★
외근 나가는 길에 쓴다. 거리가 멀어 모바일로 써도 쓸 시간은 많을듯 하다.ㅋㅋ
많은 관심 부탁한데이~
모텔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나는 담배를 하나 다 피울때까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잘못된것은 하나도 없고 이제 전부다 원래대로 자기 자리를 찾아
간것이었는데.. 약간은 서운하고 약간은 허무했다. 외롭고 쓸쓸했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차분히 샤워를 하고 담배 몇개 더 피운다음
머리도 잘 다듬고 면도도하고 최대한 깔끔한 모습으로 모텔을 나섰다. 어디 딱히
갈곳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스스한 모습으로 모텔을 나서긴 싫었기때문이다.
그뒤로 그녀와 연락은 최대한 자제했다. 그녀 역시 막바지 결혼 준비로 바빴었나보다.
결혼하기 이틀 전 쯤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나 정말 결혼한다."
"응. 시집가서 잘 살어"
"너도 얼른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했으면 좋겠어"
"ㅋㅋ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께"
"넌 항상 그런식이야. 사람이 걱정되서 얘기를 해주면 시큰둥하게 대답이나하고"
"컨셉이 그래 원래 ㅋㅋㅋ 걱정하지말어. 너 시집가도 나 잘살아"
"나중에 너 결혼하게 되면 꼭 나한테 사진도 보여주고 먼저 얘기해"
"그래 알았다"
하긴 나도 결혼은 해야한다. 오래 만나온 여자친구도 있었고 그 여자친구또한
나와의 결혼을 확신하고 있던 터였다. 나 역시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것에 이견은
없었다. (이대목에서 날 욕할 사람도 많겠지만 나도 반성하고 있다.)
안그래도 슬슬 진지하게 결혼 얘기가 나오던 차였다.
그녀가 결혼을 하고 신혼 여행을 다녀와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잘 다녀왔다고.
걱정되니까 자기 없어도 잘 살라고. 그래놓고 신혼 여행에서 찍은 독사진 몇장을
내게 보내왔다. 진짜 잘 살라고 하는게 맞는건지.. 도대체 이런 사진은 왜 내게
보내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보고 지나쳤다. 나는 나대로 바빴다. 일도 해야하고
나도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가 나오던 터라 슬슬 알아봐야 할것도 많았고 또다시
지랄병이 도져 결혼하기 전까지의 얼마 안남은 시간을 즐기기위해 온갖 썰거리를
풍부하게 생성하고 다니던 때이기도 하다. 일하랴 결혼준비하랴 친구만나랴
또 놀러다니랴 얼마나 바빴겠는가. 사람이 몸이 고단하면 밤에 잠도 잘잔다.
그녀가 결혼했고 보고 싶기도 했었지만 일단 내가 고단하고 바쁘니 매일 생각나고
마음아프고 그런것은 없었다. 그녀의 걱정 혹은 기대와는 달리 난 잘 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내가 그녀가 결혼을 한 이후 내가 많이 아파했길 바란듯
하다. 그녀의 걱정과는 반대로 나는 잘 지내고 있었으나 오히려 문제는 그녀쪽에서
생긴듯 했다.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것 처럼 보였지만 그녀가 결혼전에 예상했듯
무료한 일상을 참기가 어려운듯 했다. 별탈없이 사는게 어떤 사람은 부럽겠지만
그녀는 복에 겨운 일상이 조금은 지루했나보다. 가끔씩 내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맹세코 내가 먼저 연락한 적은 없다. 난 바빴다.
"심심해~~~"
"오랜만이네. 잘살지?"
"응 잘 살긴 하는데 심심하다."
"신랑이랑 놀면 되지~"
"몰라. 맨날 바쁘대"
"ㅋㅋ돈 벌어다 너 줄라고 하는갑지. 일열심히 하는거 복으로 알어라"
"몰라. 난 나랑 좀 많이 놀아주고 했으면 좋겠는데 하루에 마주치는 시간도
별로 없어. 남편 시간 날땐 또 내가 일하느라 바쁘고"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 그니까 결혼을 하지. 하루에 조금이라도 볼라고"
"아~그런가? ㅋㅋ 넌 요새 어떻게 지내?"
"나야 뭐 똑같지. 잘지내 ㅋㅋ"
"누나 보고 싶다고 울고 그런건 아니지?"
"오랜만에 전화해서 쌍욕이 먹고 싶었냐 ㅋㅋㅋ"
"아직도 여자 많이 만나?"
"비밀이다 요것아"
"치...너도 얼른 결혼해. 그러지 말고"
"너 결혼하니까 좋은가보다? 자꾸 나보고 결혼하라고 하는거 보니까."
"뭐 나쁘진 않아. 심심한거 빼곤."
"ㅋㅋㅋ 다행이네. 그래 애도 얼른 낳고 잘 살아라 ㅋㅋㅋ"
가끔 보고 싶긴했고 그립긴 했다. 시간 내서 만나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유부녀와
엮이는건 좀 싫었다. 예전의 바람은 도의적으로 문제는 되겠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엮이면 나 경찰서 가야된다. 그리고 아까 얘기했듯
난 바빴다.
여자친구와의 결혼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예식장까지 모두 예약하고
세부적인 것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이제 슬슬 주변 정리가 필요할때가
된것이다. 알릴만한 사람들한테는 거의다 알렸다. 그녀에게도 알려야 할까 솔직히
고민이 되었다. 그동안 여자가 많다고만 둘러댔지 한 여자를 오래 만나왔다고
얘기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마 그녀에게 결혼한다고 알리면 깜짝 놀라겠지
싶었다. 그래도 그녀가 나에게 결혼을 알린것 처럼 나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심 그녀가 내가 아파하고 힘들어 하길 바랬듯이 나 또한 그녀도 속앓이하길
바랬다. 어디까지나 내 바램이었지만 아마 그녀는 잘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내 얘기에 신경조차 안쓸 확률이 높았다. 대충 어느정도 준비가 끝나갈때쯤
늦가을 쯤에 전화를 했다. 그녀가 결혼을 한 이후로 처음으로 내가 먼저 전화를
했다.
"오랜만이야~~~~~~~~~~~~~~~~~~~~!!!!"
"응 오랜만이네"
"응~ 어쩐 일이야? 전화를 먼저 다하고?"
"ㅋㅋ 그냥 잘 사나 전화해봤어"
"나야 뭐 똑같지~ 그냥 잘 살아~ 바쁘기도 하고"
"아직 임신은 안했고?"
"에이~ 얼굴을 봐야 임신을 하지. 요새 서로 바빠서 얼굴 마주하기도 힘들다니깐"
"그렇구만 ㅋㅋ"
"응. 넌 어떻게 지내?"
어떻게 얘기해야 좋을지 망설여졌다. 좀 쑥쓰러웠던 이유가 컸다.
"...음...야!"
"응??"
"나 결혼한다!!ㅋㅋㅋ"
"뭐?"
"결혼한다고~ㅋㅋㅋ"
"언제?"
"00에 하기로 했어"
"누구랑?"
"말한다고 니가 아냐 ㅋㅋㅋ"
"신중하게 생각하고 하는거야?"
"응"
"짜장. 결혼은 아무렇게나 하는거 아니야. 진짜 신중해야된다구"
"안다니까. 왜. 걱정되냐 ㅋㅋㅋ"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닌데..아무튼..그래..결혼하는구나..축하해.."
중이 염불 외우듯 전화기 너머로 그녀가 중얼거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축하해줄줄
알았는데 그녀의 반응이 좀 이상했다.
"왜 그러냐. 놀랬냐 ㅋㅋㅋ"
"응..좀."
"왜~ 난 결혼하면 안되냐 ㅋㅋㅋ"
"아니 그건 아닌데..니가 결혼한다는건 상상해본적이 없어서.."
"ㅋㅋㅋ 때되면 다 하는거지 뭐. 암튼 그냥 알린거다. 밥 잘먹고!! 수고해라!!"
그녀가 놀랐다는게 더 놀라웠던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 전화를 끊긴 했지만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에 아직도 그녀가 날 조금은 좋아했었던걸까 궁금했다.
하지만 이제 다 지난일이다. 그녀는 이미, 나는 곧. 결혼을 할꺼니까.
며칠후 다시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무룩하게 끊었던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평소때의 그녀처럼 씩씩하고 밝게 연락이 왔다. 축하주를 사주겠다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별로 걱정도 되지 않았다. 그녀나 나나 이젠 섣불리 행동은
할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그녀를 만날 생각을 하니 내심 긴장이
되었다. 변한것은 없을테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었다. 유부녀가 되더니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건 내 기분탓이었을까. 멀리서부터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이
결혼전의 모습보다 더 화사해 보였다. 술집으로 들어가서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잔을 부딪혔다.
"축하해~"
"고맙다"
"어떻게 만난거야?"
"얘기하자면 길어. 어쨌든 00월00일날 결혼하니까 알고나 있어."
"결혼식 가줄까?"
"결혼 파토날일 있냐 ㅋㅋㅋ 그냥 집에서 쉬어"
"ㅋㅋㅋ 알았어"
결혼 전 얼굴 한번 볼 요량으로 나온줄 알았던 그녀는 내 결혼 얘기는 초반에
잠깐 하고 끝이었고 본인의 결혼 생활 얘기만 계속했다. 듣고 보니 지루하긴
하겠더라. 남편이 워낙 바빠서 정말로 하루에 얼굴 잠깐 마주치는 정도였다.
들어주는 나도 지루하긴 마찬가지였다. 약간 취기가 오를때까지 마셨다.
그녀가 다시 내 결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근데 너 의외다."
"뭐가?"
"결혼 할 생각을 다하고"
"그게 뭐가 의외야. 평생 독신으로 산다고 얘기한적도 없는데"
"아니..그래도..예상밖의 일이야"
"내 인생이 니 예상 안에 일이어야 하냐 ㅋㅋㅋ"
"아니~~ 그렇다는게 아니고. 니가 그렇게 쉽게 결혼에 응할줄 몰랐어"
"쉬웠던거 아냐. 나도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거야"
"괜히 얘기 꺼냈나보다. 우울해지네"
"니가 우울할게 뭐가 있어"
"몰라. 괜히 열받어"
"니가 먼저 결혼해놓고 니가 왜 열이 받냐 ㅋㅋㅋ"
"그러게..내가 왜 열이받지...나 화장실 좀.."
살짝 고개를 돌린채 일어나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의 눈은 약간 충혈되어있었고...
"결혼한다니까 속상해?"
"응..속상해.."
원래 울음 참고 있을때 달래면 그때부터 더운다.
"뭐가 속이 상해~ 왜 그래~ 으이구.."
그녀는 훌쩍 거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하는 얘기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울먹이며
그녀가 얘기했던 내용중 내가 알아먹은 것만 추려서 요지만 얘기하는 것이다.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결혼할때도 니가 속상해하길 바랬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만나면서 또 지금껏 알아오면서 항상 내가 더 좋아하고
내가 더 마음 아파했던 것 같아서 그게 늘 억울했다. 아마 그래서 결혼할때도
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걸 질투하고 분해하길 바랬다."
"그럼 성공한거야. 나도 충분히 질투하고 분해했다."
"아니야. 넌 안그랬어. 적어도 내가 볼때는 아무렇지 않아보였거든."
"너 드레스 입고 찍은 사진이랑 신혼여행 다녀와서 찍은 사진이랑 보내줬을때
나 눈 뒤집히는줄 알았어. 너 성공한거야."
"그럼 왜 그때 저번처럼 보기 불편하다고 한마디도 안했어?"
"내가 그럼 거기다가 대고 뭐라 그러냐"
"암튼..너무 멀쩡해보여서 좀 그랬어. 그리고 이번에도..내가 예전에 결혼얘기
꺼냈을땐 평생 결혼같은거 안할사람처럼 단호하게 얘기하더니 갑자기 결혼한다고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더라. 나한테는 굉장히 어려워보였던건데 왜 그여자한테는
그렇게 쉬운건지..암튼 나 지금 너무 질투나고 쪽팔려.."
그 얘길 끝으로 그녀는 술집에서 울기 시작했다. 난감하기도 하고 쪽팔리기도했다.
유부녀가 총각 결혼한다고 와서 우는 꼬락서니도 어이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다독거리지도 달래지도 않고 조용히 혼자 담배피우면서 술잔을 비웠다. 이럴땐
아무말도 안하는것이 제일 좋을때가 많다. 담배 두개 정도를 피웠을때 그녀는
흐느낌을 멈췄다.
"늦었다. 신랑 기다리겠네. 얼른 들어가봐라"
"말 안해도 갈꺼야. 근데 신랑 늦게 온다고 했으니까 천천히 가도돼"
"너 보면 가끔 결혼하기 겁난다."
"왜..니 와이프될 사람도 어디가서 이럴까봐?"
"ㅋㅋㅋ됐다. 고만하자. 얼른 일어나. 가게"
"알았어. 가자. 근데 눈물좀 닦고!!! 재촉 그만해"
결혼 전에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했다. 그녀의 마음도
어느정도 풀린듯 하고 나도 지난날의 마음의 빚을 갚은 듯 했다. 이렇게 좋게
우리 사이가 정리 되는것 같았다.
일단 쓰는데까지 썼다. 얘기가 좀 지루하지? 곧 끝나니까 남은 기간 잘 부탁한다 ㅋㅋㅋ
[클릭] 집에만 있기 심심할때 필요한것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