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느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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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넌 동아리방에서 먹고 사는구나? 아오, 술병 좀 치워. 2년 없었더니 아주 돼지우리가 됐네"
"어.. 어 형 왔어요?"
"야. 여자애들도 올텐데 부끄럽지도 않냐. 수염 좀 깎아. 넌 수염 안 어울린다."
" 형..ㅠ 왜 전부터 자는데 깨워요.. 방금 잠들었는데"
"낮 11시인데 이제 잠들었다고? 미쳤네 아주. 앉아봐. 과자 사왔어."
"아우.. 아우 졸려. 무슨 일이세요. 이 시간에."
"아오 술냄새. 이런 썅.. 야. 넌 어떻게 이런데도 여자친구가 널 안떠나냐?"
"형. 아 또 모르시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벗으라면 벗고. 여왕님처럼 받들고 살잖아요."
"그건 노예 아니냐?"
"여자들은 말이에요. 자기 남자친구나 남편한테 이런 대접 받으면서 살고 싶을거에요. 대놓고 표현하는 여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자는 남자친구나 남편의 행동들이 자기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도 꾹 참고 살고있어요. 애초에 전 평화주의자고,
그리고 내 여자, 내가 알아서 여왕님 공주님처럼 대접해주면 감동받지 않겠어요? 그러면 남자도 편안해진다. 이거랍니다."
"완전 푹 빠졌네. 뭐가 그렇게 좋은데"
"몰라요. 딱히 좋은데 어떻게 골라요. 제가 이렇게 몰골이 흉해도 사랑해주는데, 감사해야죠. 다 좋은데요"
"음.."
"이런 건 왜 물어봐요? 형 예전에 소개팅 시켜줘도 안나간다고 그랬잖아요. 설마?"
"설마 뭐."
"누구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요? 오오~ 형이 돈만 없지. 생긴 건 귀엽게 생겼잖아요. 사실 돈도 많이 필요한 건 아니죠."
"음.. 그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치자. 내가 어느정도 그 사람이 좋아지면 고백을 해야하는 걸까?"
"Feel 이죠 형. 맞다. 형 모태솔로죠? 캬. 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야하나?"
"시끄럽고 요점만 정리해봐."
"형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쳐요. 근데 그 사람도 형한테 호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느정도? 있는 것 같아. 싫어하는 것 같진 않단 말이지."
"일단 기다려요. 무조건 좋다고 덥석 물고 고백해버리면 부담스러워해요. 그럼 끝나요. 적절한 타이밍을 보란 말이죠.
아, 내가 고백을 해도 차이지 않겠다. 하는 확인이 생기면 말이죠. 그런 확신이 생기지 않아서 고백을 하지 않으면..
그래도 옆에서 계속 볼 수는 있잖아요. 서먹서먹한 사이도 안되고 말이죠."
"그런데 딴 남자가 선수치면?"
"그건 형이 바보같은 거죠. 타이밍을 못잡은 거니깐."
"그런가? 또 있어?"
"저녁에 밥 사줘요."
"새키야 나 오늘 저녁에 그 여자 만나."
"아 그걸 못 물어봤네. 누군데요? 되게 궁금하네. 우리 학교? 아니면 다른 학교? 아, 학생이 아닐수도 있겠네. 누군데요."
"잘되면 알려줄게."
"아, 하나 또 있어요. 만약에 형이 고백을 했는데, 여자가 받아줬어요. 그런데, 사귀는 중에 가장 중요한게 있단말이죠.
여자의 No가 진짜 No인지를 구별 잘하라는거에요. 여자의 의도는 Yes인데 No라고 말하는 걸 진짜 No로 받아들이면
그냥 바보로 끝나는데, 진짜 No인데 Yes를 기대하고 들이대면 잘못하면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단 말이죠."
"뭐야. 무슨 말이야 복잡하게.. 정리해서 말해봐."
"한 마디로 여자의 말 하나하나의 의도파악을 잘 하라는거죠."
"이새끼 이거. 그래도, 오래가는 이유가 있네. 배울 것도 있고 참.. 오래 살고 볼일이네."
"형. 한 살 차이인데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죠. 그럼 내일 학생식당말고 밖에서 점심 사줘요. 난 알밥 좋아하는거 알죠?"
"그래. 고마우니깐 까짓것."
은영이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손은 언제 잡아야하나?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손 꼭 잡고 걸어야하는데
아 참, 애도 아니고.. 무슨 생각하고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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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머하자고 할까?
영화보자고 할까?
아직 영화관에서 영화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하네.
오늘은 오빠가 먹고싶은거 물어보고 내가 사줘야겠다. 히히
'지은아. 오늘 나 어때?'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지은이가 날 쳐다보더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은영이 너 남자생겼어?'
'남자는 무슨, 그냥 ^^'
'너 요즘 틴트 색깔도 바뀌고 옷도 원피스 계열로만 입잖아. 바지만 입고다니던 애가'
들켰다.
'왜 답장이 없어? 내 말이 맞지? 누군데?'
'그냥, 아는 오빤데 교제하는 건 아니고 만나서 밥먹는 정도야.'
'다 그렇게 시작하는거야. 오~ 이은영이 첫 연애하겠네? 근데, 너 다 얘기했어?'
지은이는 내 귀가 안들린다는 걸 안다.
'응. 그 사람도 알고있어.'
'너가 얘기한거야? 왠일이니 엄청 좋은가보다? 잘생겼어? 아니면 부잣집아들? 몇살인데'
'하나씩 물어봐. 귀엽게 생겼구, 부잣집아들은 아니야. 나이는 우리보다 4살 위. 엊그제 전역했어.'
'어디서 만났는데? 이따 수업끝나고 얘기해줘. 맨 앞자리라 눈치보인다.'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내 자신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자체만으로 죽을 생각까지 했던 내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걸 축복으로까지 생각하게 될줄이야.
내가 이렇게 변하게 된거.
오빠 때문일까요?
가끔은
오빠 손을 잡고 걷고싶다는 생각을 해요.
난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어서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오빠 손을 잡으면
내가 눈을 감아도 될 것 같아요.
눈을 감고, 날 오빠한테 맡겨보고 싶어요.
오후 3시
어? 비온다. 망했다. 우산도 없는데, 오빠보러 오빠 학교 가야하는데..어쩌지
'오빠. 비가 너무 많이와요. 우산도 없고, 금방 그칠 것 같은 비니깐 기다렸다가 조금 늦게 출발해도되요?'
'그래 그럼. 출발할 때 알려줘.'
'네. 미안해요.'
'너가 왜 미안해. 괜찮아. ^^'
오후 4시
'은영아. 어디야? 비가 조금 그치긴했는데, 아직 조금 오네'
'저 저희 과 건물에 있어요. 친구들 다 가고 혼자 과 독서실에 있어요.'
'그래? 조금만 기다려봐. 비 곧 그칠 것 같아.'
'네. 배고프죠? ㅠ_ㅠ 어떡해요.'
'이제 4시밖에 안됐어. 괜찮아.'
오늘 완전 망했어. 비와서 새로 산 구두도 더러워 질거구
비 오는날 따로 떨어져 걷기 싫어서 안간건데.. 망했어.
'은영아 잠깐만 독서실 밖으로 나와봐.'
'네? 갑자기 왜요?'
'비 그친 것 같아.'
응?
"어? 오빠. 오빠가 왜 여기있어요. 그리고 여대를 어떻게 들어왔어요."
"너 우산없다면서. 그리고 비 언제 그칠줄알고, 언제까지 기다리려고 했어. 비 오니깐 경비아저씨도 안보이더라."
"빨리 같이 나가요. 걸리면 오빠 혼나요. 나 우산없어서 좀 그치면 그 때 따라 나갈게요."
"나 우산 두개야. 내꺼 하나. 너꺼 하나."
바보.
우산 줄려고 여대안까지 들어왔어.
그런데, 오빠 우산이 좀 크네?
쏙
"어? 어?..."
"같이 써도 되죠?"
"어? 응.."
이렇게 큰 우산 들고올꺼면서, 왜 두개나 들고왔대.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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