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그녀와 썸탄 썰
멍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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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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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은 비교적 최근에 생겼음에도 출퇴근 시간에 꽤 북적거림
출근 때 나는 증미역에서 타는데, 내리는 곳이 신논현이라 항상 가장 앞에서 타고
내리기 직전까지는 항상 햄버거 패티 마냥 지하철 조종칸 벽하고 사람 사이에 낑겨서 종점까지 갔음
이제 갓 사회 새내기라 회사 출근하는 길도 매일 걱정 투성이라 이런 출근길이 마냥 짜증의 연속이었음.
그렇게 거진 한 달이 지났나,
그 날도 지하철에 타자마자 내 전용(?)벽에 찰싹 붙어서 열차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음.
그리곤 내 뒤로 들어온 사람들이 차례차례 자리를 잡는데 어떤 여자가 내 앞에 서는 거임.
내가 키가 큰편이 아니라 보통 사이즈의 여자는 낮은 힐을 신으면 나랑 거의 비슷함 orz
증미역 뒤로는 당산역 여의도역 등등 사람들이 물밀듣 들어오는 역들이 포진되어 있음
때문에 이 때부터 본격 햄버거 패티 모드가 들어가는데..
근데 내 앞에 선 그 여자가 사람들에게 밀려 내 햄버거 빵 뚜껑-_-이 되어버린거임
서로 키도 비슷해서 둘 중 하나가 얼굴을 숙이거나 돌리지 않으면
뽀.........뽀....암튼 큰일 날 정도의 거리로 붙었는데,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는 흔한 일이라면
흔한일인데 아 진짜 심장이 터지겠더라..
지하철 타기 전에 담배도 펴서 괜히 막 냄새도 신경쓰이고..
그러면서 괜히 표정은 시크한척..음악 듣는 척.. 척척 박사 모드였음-_-개드립 ㅈㅅ
그렇게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경직된 상태로 고속터미널역까지 20여분을 보냄
그 날은 왠 종일 뭔가 붕 뜬 기분이라 일도 하는 둥 마는 둥
이런 걸로 싱숭생숭 하다니, 아 내가 꽤나 순진한 놈이었구나-_- 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가 지나갔음.
그 날을 기점으로, 그 여자가 눈에 익어서 그런지 이틀에 한 번꼴은 지하철에서
마주친거 같음. 출근시간도 비슷하고 출근하는 장소도 서로 가까운 곳인 것 같고..
누군가 서로 말을 건낸건 아니지만 얼굴이 익숙해지니 왠지 친근한 느낌?
그래서 그런것인지 내 착각인건지, 거진 지하철 탈 때면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서 갔고
혹시나 또 저번 같은 일이 생길까봐 매일 출근때는 담배를 안폈음ㅋㅋ
하루는 감기가 걸려서 죽을 만큼 열나는데도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올랐음
근데 그날, 지난 날처럼 그 여자와의 햄버거 모드가 발동 될 것 같은 각이 나오는 거임
사람들이 열차 안으로 들어오고 그 무게 때문에 먼저 들어와 서 있던 사람들이 주춤주춤 밀려나는게 보였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여자 팔을 잡고 내가 기대고 있던 벽으로 자리를 바꿔줬음
꼴에 사내놈이라고 낯이 익은 여자를 보호해주려고 했는지 양손을 그 여자 머리 양쪽으로 뻗어서 벽을 짚고 버팀목까지 만든거ㅎㅎ
아까도 말했지만 내 키가 아담해서 서로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 가는 구도가 되버린 거지..
아무튼 그 좁은 지하철 안에서도 지들 좀 편하자고 밀고 땡기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내 등에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는 어마어마했고, 이 팔을 접으면 내 인생에 지하철 **라는 낙인이 찍
힐 수 있다는 생각에 안간힘을 쓰면서 버텼음.
가뜩이나 감기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속으로 후회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척척박사 모드를 이행 중이었음..그런데
"고맙습니다.."
겔럭시 탭 하나 들어갈만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그 여자가 처음으로 먼저 나한테 말을 걸었음
뭐라고 대답해야 멋져 보이지? 그 짧은 순간에 머릿속은 맹렬히 회전을 했고 그 결과 간신히 내뱉은 한마디.
"아니예요. 사람 너무 많죠?"
"얼굴색이...너무 안좋으신데 어디 아프신건 아니에요?"
오마이갓. 부끄러움 때문인지 감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제서야 내 얼굴이 삼국지 관우 형님보다 시뻘게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음
"하하..감기 기운이 조금 있어서..힘들진 않아요^^"
그렇게 드문 드문 이야기를 하면서 신논현역까지 가게 됬고, 서로 카톡 ID까지 주고 받았음
그 여자는 C 회사에서 회계쪽 일을 하고 있었고, 나보다 3살 어리고, 내가 사는 아파트 옆동에 사는 등 많은 것을 알게 됬음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하지 않았음에도 매일 출근 할 때 둘 중 하나가 지하철 게이트에서 서로 오기를 기다려주게 되었음
아마도 그 때가 내 생에 가장 두근두근하고 매일 아침 출근길이 기다려지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음
불타는 불금. 회사 친구하고 술 한잔 걸치면서 이 여자 이야기가 나오게 됬는데 내 얘길 들은 친구가 물어보는 거
"그래서 사귀는 거야?"
"....아니 딱히 사귀는 건 아닌데.."
하지만 누가 봐도 사귀는 사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매일 아침의 우리는 각별했음
내가 가방을 들어주기도 하고, 또 그녀는 점심 때 먹으라고 도시락도 싸줬었으니 뭐..
술김에 난 핸드폰을 꺼내들었음. 그래, 이런 얘긴 남자가 먼저하는게 당연하지..
[oo 씨. 우리 사귈래요?]
카톡으로 단 한 문장을 보냈을 뿐인데 심장이 쫄깃쫄깃 해지는 기분. 다른 남자들도 많이 느껴봤겠지?ㅎㅎ
근데...그런데...
답장이 안옴...
분명 카톡은 봤음. 그런데 답장이 안옴...
"xx아 그런 얘길 카톡으로 보내면 어카냐?"
친구의 정색어린 한 마디에 '아 내가 실수했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
그때까진 그 뒤에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리 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못했음..
그 동안의 일들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그 후로 그 여자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음..
당시 난 정말 미칠 것 같았고, 진짜 딱 한번만이라도 만나서 얼굴을 보고 진심을 이야기 하고 싶었음..
휴가를 내고 지하철이 다니는 시간부터 출근시간이 끝날 때까지 역 앞에서 기다려도 봤지만 그 여잔 나타나지 않았음..
그렇게 보름정도 지났나...
나 홀로 시작하고 나 혼자 맞이한 실연의 아픔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시점이었음..
[까톡-]
실수했다고 변명도 해보고, 어줍잖은 인사를 보내봐도 대답없던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음
[미안해요]
사과의 한마디로 시작한 그녀의 사정은 대충 이랬음
사실 그녀는 오타쿠적인 기질이 있고, 특히 주말엔 집에서 게임만 즐긴다고 함..... 좀.....광적이었다고함.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데이트 할 시간이 아까운 감이 없잖아 있고, 어쩌다 사겼었던 사람도
좀 과하게 게임을 즐기는 그 취미 때문에 그녀를 떠났다는거.
게임을 정말 좋아해 사랑한다(?)고 까지 표현할 수 있는 그녀지만 그 때문에 현실의 사랑과는 타협을 할 수 없었다고..
그 까짓 게임, 나도 백수 시절엔 온갖 장르는 다 섭렵해 봤었고, 나름 유명세도 탔었던 놈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느 때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난 부슬듯이 스마트폰을 눌러댔음.
[나도 게임 좋아해요. 데이트 같은거 부담 가지지 말아요. 까짓거 PC방에서 데이트하면 되잖아요? 데이트 비용도 아끼고 좋은데?]
그녀의 대답이 이어지기도 전에 내 손구락은 계속해서 메세지를 눌렀음
[어떤 게임인데요, 뭐 하는 게임인데요? 같이 해요, ㅇㅇ씨랑 같이 할 수 있으면 난 다 좋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난 정말 매달리듯 카톡을 마구마구 날렸음..
그렇게 내가 가진 마음을 몽땅 토해낸 뒤. 한 시간 정도 지났나? 암튼 한참 뒤에 그녀가 답장을 했음
[...지금 하고 있는 건 MMORPG게임 인데요, 아이온이라고.. 이번에 기존 유저랑 휴면 유저가 같이 협력해서 진행하는 이벤트가 있어요. 신세계 원정대 라고 해서 2014년 12월 19일(금) ~ 2014년 12월 31일(수)정기점검 전까지 기존 유저는 원정대 대장으로! 휴면 유저는 원정 대원으로! 서로 추천해서 원정대를 맺은 다음 게임 내에서 업적을 수행해요.그렇게 쌓은 업적은 매일 아침에 웹의 가상의 포인트로 전환이 되고, 그 포인트로 원하는 아이템을 이벤트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기존 유저는 자신의 원정대원이 많아질 수록 반짝이는 루돌프 코/스팀 펑크 바이크론(30일)/마제스틱 중갑 외형을 받을 수 있으며, 휴면 유저는 기존 유저를 추천 시 즉시 게임 내에서 탈 수 있는 30일 날아라! 스노우보드 러브메이커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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