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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두번 죽고싶었던 썰

멍멍이 0 2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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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나는 후방이었는데 훈련도 그렇게 빡쎄진 않았다.
 
다만 전방이면 훈련이 존나게 빡쎄서 선임들이랑 후임들 사이가 각별해지고 갈굴힘도 없다면
 
후방은 씨발놈들이 존나게 할 짓이 없고 훈련이 널널해서 후임을 존나게 갈구고 후려팬다던데 그게 진짜더라.
 
솔직히 말해 군대에서 구타 같은 건 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상병 달기 얼마 전까진 평생 맞을 거 거기서 다 쳐맞은 거 같다.
 
발로 배 걷어차이는 건 기본이고 아굴창 쳐맞고 싸대기 맞고 쪼인트 까이고
 
제일 좆같은 건 대가리 박고 있는데 툭툭 발로 차는거랑 한겨울에 양말 얼은걸로 싸대기 맞는 거였다.
 
맞을 때마다 관등성명 대는 것도 그렇고.
 
쳐 맞는 이유? 부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냉동고 깊숙한 곳에 안 넣어놓고 녹아서.
 
축구하는데 수비보다가 헤딩 경합에서 밀려 골 먹히고 내가 머리에 묻은 흙터는게 좆같아 보여서.
 
불침번 근무 설때 일어나서 장구류 챙기는데 철모 떨어뜨려서 쿵 소리냈다고.
 
뭐 다 이딴 이유지 ㅎㅎㅎ
 
더 서글픈 건 씨발 거기에 적응해가는 내 자신이나 동기더라...대가리 한 몇 분 박고 발로 걷어차이고 끝나는 날엔
 
우리끼리 실실 쪼개면서 야 그래도 오늘은 일찍 끝났다ㅎㅎ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사람새끼냐 노예 새끼지...
 
어쨌든 내가 들어가서 한참 어리버리 까고 욕 쳐먹고 쳐맞던 때였는데 100일 휴가 하나만 바라보고 견뎠던 것 같다.
 
겨우겨우 휴가 나가려고 존나 흥분되고 들뜬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는데 평소에 날 존나게 패던 갱상도 선임이 날 찾더라
 
갑자기 바짝 얼어서 아 씨발 왜 부르지; 했더니 그 전날 경계근무 서고 나서 총기함 키 어디다 놨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난 지통실에 반납 해놨다고 했지. 
 
그러니까 선임이 시발 처음보는 다정한 모습으로 아 그러냐 알았다 휴가 잘갔다와라 내가 함 찾아보께
 
이러는 겨 뭐 나중에 생각해보면 혹시라도 내가 복귀 안할까봐 그런거였겠지.
 
그리고 휴가 나가서 4박5일동안 여친 만나서 놀고 맛있는거 먹고 친구들 만나고 하니까 그냥 후딱 가더라 씨발
 
군대 갔다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입대날 보다 열배는 좆같은게 100일 휴가 복귀날이야.
 
알고 맞는 싸대기랑 모르고 맞는 싸대기랑 공포의 임팩트가 다르잖니.
 
하지만 안그래도 걱정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어머니 심려 끼쳐드리기 싫어서 뻔한 구라를 쳤지 사람들 다 좋다. 편하다 하면서.
 
그리고 버스 타기 전에 여친 만나서 좀 놀고 헤어지는데 아 씨발 진짜 가기 싫더라. 꼴에 강한척 한다고 여친 앞에서도 계속 쿨한척 함 ㅋㅋ
 
어쨌든 딴에는 그때 여친이 선임들한테 잘보여야 된다고 쵸콜릿이랑 과자랑 큰거 두 상자씩 들려보내줬어. 고맙더라.
 
그렇게 오후 한 4시 반쯤 복귀 했는데 개씨발돼지같은 선임들이 와~ 하면서 쵸콜릿이랑 과자 미친듯이 쳐집어감 피라냐떼 마냥.
 
한참 짬 위인 선임들은 별 일없는 듯 잘 갔다왔냐 뭐 이런 틀에 박힌 말 지껄이는데 위에 말한 갱상도 선임을 비롯한 맞고참
 
세명이 눈빛이 존나 심상찮더라. 그래서 뭔일 생겼구나하고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녁 먹자 마자 사람없는데로 불러내서 다짜고짜 싸대기를 날리고 발로 배를 차더니
 
날 존나 패는거야 와 진짜 서럽게 맞았어 세 명이 돌아가면서 개 썅욕을 퍼붓고 막 그러는데
 
어떻게 해야될지를 몰랐다 이거 씨발 이유도 안말해주고 패는데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야 되나 아니면 이유를 물어봐야 되나
 
좆같은 씹새끼들 그냥 나도 후려까고 다른데로 가버릴까 별별 생각만 하면서 저항도 못했지.
 
그렇게 한참 쳐맞고 난 다음에야 이유를 들었는데 이유가 뭔 줄 아냐 씨발...ㅋㅋㅋ...
 
지한테 말 안해놓고 지통실에 반납해서 존나게 찾았다는 거랑, 휴가 당일 아침에 내 말투가 존나 띄꺼웠대.
 
아 그거 듣고 있는데 그냥 귀가 삐잉 하더라. 그래도 존나 참았어. 어차피 다 끝난 거 그냥 입다물고 있자 했지 ㅋ
 
그러더니 니 오늘 부모님한테 전화는 했냐? 묻는데 그제서야 생각이 나더라고.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 갱상도 그 씨발놈이 나 데리고 가서 전화시켜주데.
 
신호음 가고 엄마가 받자마자 아들~ 어디야~ 왜 이렇게 전활 안해 엄마 걱정되게 잘 들어갔어?
 
이러는데 진심으로 확 북받치더라.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 그래도 이를 꽉 다물고 태연한척 얘기하고 끊었지.
 
그리고 끊자마자 그냥 수화기 내려놓고 너무 서러워서 얼굴 부여잡고 존나 울었다.
 
막 씨발 개씨발 존나 진짜 좆같다...하면서 옆에 갱상도 씹새끼 있었는데도 상관없었음 그때 건드렸으면 그냥 존나싸우고 다른데 갔을 거다.
 
그러다가 내가 아 진짜 이래서 자살하나...좆같다 씨발 이러니까 묵묵히 듣고 있던 갱상도가 뭐라 하더라 미안했는지 
 
뭔 위로 한답시고 개소리 늘어놓는데 들리지도 않았음. 
 
그리고 좀 진정하고 나서 죄송합니다 하면서 나도 그랬더니 괘안타 니도 힘들지 
 
그러면서 가식 떠는데 레알 역겨움...씨발좆같은 놈.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내 맞고참 그 씹새끼들 나만큼 당한 적도 없었음.
 
어쨌든 그 이후로 그 선임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긴 뭘 유지해 개씨발 다음날도 똑같이 갈굼당하고 쳐맞고 달라진 건 없었다.
 
두 번째는 군대에서 그때 여친한테 차였을때.
 
그래도 걔는 잘 기다려준 편이었다. 솔직히 이등병이나 일병때 차였으면 더 힘들었을텐데 나 병장달고 얼마 안됐을때 그랬거든.
 
그때는 내가 밑에 애들한테 개쓰레기처럼 굴었음. 갱상도 씹새끼 만큼은 아니었지만 애들이 살살 피했다.
 
어쨌든 여친에 대해 얘기하자면 매우 착했다. 착하고 솔직히 객관적으로 이뻤다.
 
나랑 사귀는게 아까울 정도로 괜찮았고 가슴도 아주 작지는 않은 B컵이었다. 내가 개새끼인게 상병때쯤
 
대학 누나랑 연락하고 휴가나와서 포풍떡쳤는데 그거 눈감아줄 정도로 미륵이었다.
(물론 존나 빌고 빌고 또 빌었지 씨벌)
 
편지도 꼬박꼬박 써주고 말도 예쁘게 하고 암튼 그랬어.
 
좀 어처구니 없었던게 바로 그 전날에도 아무렇지 않게 통화하고 사이좋게 끊었는데 다음날 전화하니까
 
분위기가 심상찮은거야.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아냐...나중에 얘기하자 너 휴가 나오면 얘기해 
 
이러는데 딱 촉이 오잖아...아 올게 왔구나 싶어서 계속 캐물었지 그때 휴가가 한 한달 좀 넘게 남아있었는데
 
내 성격상 그런 분위기에서 그 만큼 도저히 못기다리거든. 그러더니 결국 자기 너무 힘들다고 그러더라.
 
근데 의외로 그때는 되게 침착했던 것 같아. 존나 호구같이 그래 얘도 힘들었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나고
 
그래서 그냥 아 그러냐...알겠다 너 마음 이해할 것 같다 그랬더니 막 펑펑 울더라고.
 
미안해서 우는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태연했던 이유도 아마 실감이 안나서였을거야.
 
아무튼 행복해라 그동안 너 만나서 정말 좋았고 고마웠다 잘살아 이런 말을 하니까
 
막 더 크게 울면서 미안해 미안해 이러길래 그 동안 기다려준 것도 고마웠어 하고 먼저 그냥 끊었다.
 
그때가 저녁이라 애들 막 청소하고 바쁘게 왔다갔다하는데 정신 나간 새끼 처럼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 점호 받고 잤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너무 힘들더라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다시 전화해보고 싶고...꿈인 것 같고 매달리면 왠지 받아줄 것도 같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가까스로 참고 또 참았다. 진짜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지금까지도 전화는커녕 걔 싸이 한번 안들어가봤고 아예 죽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잊고 산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걔 친구한테서 전해 듣기로는 뭐 새 남친 생겼다고 하던데 그때 속상해서 술 한잔 한거 말고는 그냥 다 잊었다
 
암튼 각설하고 진짜 위기는 뭐였냐면 차이고 바로 그 다음주가 혹한기였어
 
물론 훈련이 빡쎄진 않았는데 그 추운날씨에 산속에서 잔다는 거 자체가 너무 너무 괴로웠다.
 
어쩔 수 없이 A형 텐트 치고 후임 둘이랑 자는데 새벽에 잠이 깨더라고. 침낭 속에서 핫 팩 서너개씩 터트려도 존나게 추웠어.
 
근데 그때 걔 생각이 미친 듯이 나는거야. 
 
지금 뭐하고 있을지... 내 생각 하긴 하나... 하면서 정말 정신이나 몸이나 너무 죽을만큼 힘들어서 
 
그때 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금방 씨발 군생활 다 끝났는데 뭔 개같은 생각이냐 하면서 말았지만
 
아무것도 안보이는 그 껌껌한 텐트 속에서 나혼자 눈물을 뚝뚝 떨궜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좀 아픈 추억임..
 
뭐 잘 살고 있겠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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