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느끼는 소리 (9) -백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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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엄마랑 수화도 배우고 전과 다름없이 살면 돼.'
전과 다름없이?
엄마는 날 농아학교에 입학 시키려했다.
난 장애를 가졌다.
그런데, 그걸 알고 날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싫다.
전과 다름 없이 살면 된다구?
그렇다면 수화도 필요없어.
내가 필요한 소리만 듣고 느끼면서 살면 돼.
"엄마. 나 다른 애들하고 똑같이 일반 고등학교 갈래요."
'수업은 어떻게 들으려고?'
엄마가 노트에 적어서 보여준다.
"이제 엄마 이렇게 노트에 적어서 안해줘도 돼."
난 수화할 줄도 모른다.
단지,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 입모양을 보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할 뿐이다.
그렇게 난, 남들과 똑같아 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고등학교에 가면서 보청기를 맞췄다.
친구들이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아주 작은 울림으로 들린다.
선생님이 수업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 귀에 있는 이 물건의 존재를 감추고 싶다.
날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건 싫으니깐.
그래서 머리로 귀를 가린다.
친한 친구 몇 명만 이 사실을 안다. 한정된 사람들과 얘기할 수 밖에 없다.
창가에 앉아 긴 생머리로 도도하게 앉아있으니
남자애들한테 편지를 많이 받아보았다.
다 똑같은 얘기다. 너한테 첫 눈에 반했다. 너랑 사귀고 싶다.
이 애들은 내가 이런 걸 알면 다 도망가겠지?
하지만, 싫지는 않다.
그들과 똑같은 정상인으로 생각되서 그러는 것 일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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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잘 들어갔어요? 왜 문자 안해요.'
'아 지금 막 쓰는 중이었어. 넌 잘 들어갔니?'
'네. 오늘 초밥 맛있었어요. 잘먹었습니다.'
'딱딱하게 그러지 마. 웃는 이모티콘 좀 써봐. ^^ 이렇게'
'네 ^^ 내일 또 문자할게요. 나 내일 아침수업이라 먼저 잘게요.'
'잘자. 이쁜 꿈꾸고.'
'오빠두요. ^^'
이런 걸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녀가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싫은게 아니다.
다만, 놀랐을 뿐이다.
내가 그렇게 말을 빨리했는데도 다 알아들었지 않은가?
이래서 사람들이 연애를 하나보다.
24년동안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설렌다.
같이 봉사활동도 가고 싶고
그녀를 놓치지 않게 어디서든 손을 잡고 걷고도 싶고
은영이는 피곤해도 지하철에서 잠들 수 없을 것이다.
깜빡 자고 일어나면 목적지를 지나치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는 xx 역입니다. 이 말이 들리지가 않아서...
한 마디로
내가 그녀의 귀가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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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왜 많고 많은 동아리 중에 봉사활동 동아리에 왔어요?'
'내가 방명록에도 썼었는데, 나랑 같은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돕고싶어서. 그런데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아서 아쉽긴 해.'
'물어봐도되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사실 난 오빠 이름하고 나이밖에 몰라요. 그런데 이렇게 내 귀 안에 있는 걸 보여준 거 있죠.'
'^^.. 난 사실 아버지가 없어. 우리 엄마랑 뱃속에 있는 날 버리고 도망갔어. 엄마랑 나랑은 18살밖에 차이가 안나.
엄마는 지금 42살이신데, 어두운 공장에서 오래 일하셔서 그런지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으셔.'
'아.. 그랬구나. 미안해요. 그런 아픔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미안하긴. 넌 나보다 더 한 얘기를 했는 걸. 그리고 이런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서로 공유함으로써 아픔을 나눌수만 있다면. 그렇지?'
'네. 오빠. 전화가 안되니깐요. 오빠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서요. 이따 오빠 보러 가도 되요?'
어? 넌 어차피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잖아.
'내가 갈게. 수업 언제끝나니?'
'우리집에서 우리 학교나 오빠네 학교나 거리가 거기서 거기에요. 제가 먼저 보자고 했으니깐, 제가 갈게요.'
'아니 그래도..'
'수업 4시에 끝나요. 오빠는요?'
'난 아직 복학을 안해서 수업이 없지. 그래도 학교에 있어.'
'알았어요. 끝나고 문자할게요.'
이상하다.
세상엔 나 혼자뿐이다.
아무도 날 함부로, 그리고 불쌍하게 생각 못하게 살아야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 오빠한테는
기대고 싶다.
내 모든 걸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같아.
들리진 않지만
느낄 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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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마무리하겠습니다. 백일장은 오늘까진데, 낮엔 감정이입이 잘 되질 않네요.
읽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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