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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현역때 자대에서 훈련소 동기가 탈영한 썰

멍멍이 0 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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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한지 거의 10여년 다 되어가는데 갑자기 이 사건이 생각나서 썰 풀어본다.

 

내가 군생활 했던 곳이 여단본부였는데 그래서인지 꽤 규모가 큰 부대였다.

 

부대가 나름 보안도 철저하고 부대경계에 담장+철조망이 튼튼해서 비밀침투라면 모를까 안에서 밖으로 도망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탈영병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는데, 내가 상병일때 훈련소 동기였던 사람이 탈영함 ㄷㄷㄷ

 

그것도 훈련소에서 나랑 같은 내무반 쓰던 사람이...

 

 

 

나보다 3~4살 형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람들을 웃길 줄 알고 자기 자신도 잘 웃는 사람이었다.

 

겁도 좀 많아서 조교들이 갈구면 주눅드는게 얼굴에 다 드러날 정도로 약간 순진한 면도 있었다.

 

근데 문제는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가끔가다가 표정이 차갑게 변하면서 엄청 성질을 낼 때가 있었거든?

 

항상 살갑게 느껴지다가도 가끔 그렇게 변하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진짜 무서웠다.

 

그래도 평소에는 밝은 편이었고 수다스럽기까지 해서 나름 인기가 많았던 사람이었다.

 

같이 내무반 생활하면서 그 형이 가끔씩 자기가 살아왔던 썰 풀어줬는데 참 파란만장 하더라.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자기 혼자 할머니랑 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인가 약간 삐딱하게 살기 시작했대.

 

고딩 때 식당 알바 하다가 사장이 월급 안 줘서 홧김에 밤에 불을 질렀는데 가게가 전소되고 그 형은 소년원에 보내졌다더라.

 

욱하는 성격 때문에 인생 망친거지.

 

소년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많이 해 줬는데 지금은 다 까먹었다... 꿀잼이었는데 ㅎㅎ

 

그곳에서의 생활과 사건들을 비롯해서 잡다한 이야기들, 예를 들면 수건의 올을 풀어서 그 실을 엮어 십자가를 만드는 방법이라던가

 

십원짜리 동전을 미친듯이 갈아서 반지를 만드는 방법 같은 것을 이야기 하곤 했었다.

 

소년원에서 할 일 없을때 다들 그러고 논다더라. 가족이나 여자친구에게 선물도 할 목적으로.

 

 

 

아무튼 소년원에서 나와서는 학교도 안 다니고 그냥 이런저런 일 하면서 살았는데 그 동안 군대영장이 몇 번이나 날아왔었대.

 

근데 전부 쌩까고 몇 년 동안 도피인생 살았다더라. 이 부분이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입대연기를 했는데 도망다녔다고 과장을 한 건지 아니면 진짜로 도망을 다녔던 것인지... 어쨌든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던 건 맞음.

 

그렇게 살다가 또 영장이 날아왔고 이번에도 또 무시하려고 했는데 동거하던 여친이 울면서 제발 이번엔 군대 가라고,

 

도망치지 말고 군대 갔다와서 제발 사람답게 살라고 하길래 마음 다잡고 입대 했다더라.

 

근데 웃긴게 입대 전날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입대일에 집에서 자느라 입대를 못 함 ㅋㅋㅋㅋ

 

결국 다음날에 혹시나 해서 보충대에 가봤더니 받아주더랜다. 대신 전역은 하루 늦춰지는 조건으로.

 

그렇게 입대를 하게 됐고, 5주간의 훈련소 기간을 마치고 우리 내무반 동기들은 전부 같은 여단 소속으로 가게 됐다.

 

그 형이랑 나는 여단본부 안에서 다른 중대로 갈라지게 돼서 군생활 하면서 얼굴은 거의 못 봤다.

 

근데 위에서 말 했다시피 형이 겁이 좀 있는데다가 욱하는 성격까지 갖춰서 군생활이 많이 힘들었나봐.

 

게다가 여친이 갑작스레 이별통보를 함... 형이 야마가 돌아버리게 된 거지.

 

그때부터 같은 중대원 한 명이랑 탈영 계획을 세웠다더라. 상병 중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타자 치기 귀찮으니 여기서 부터 음슴체로 쓰겠음)

 

일단 구형 활동복(곤색)을 개조해서 일반적인 츄리닝 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음.

 

그리고 둘이서 일부러 부상을 당해서 의무대에 입실을 하게 됨.

 

준비했던 츄리닝과 모포 두 장을 더블백에 넣어서, 일요일에 PX 이용을 핑계로 중대 밖으로 나와서는

 

탈출할 담장 근처 수풀에다가 미리 숨겨 놓음. 그 곳은 초소와 초소 사이의 사각지대였음.

 

며칠 후 새벽... 남들 다 잘때 형이랑 동료가 불침번에게 화장실 간다고 말 하고 화장실에 들어감.

 

20분이 다 되도록 안 나오길래 이상하게 생각한 불침번이 화장실에 가 봤더니 두 사람이 안 보임.

 

겨우 사람 한 명 지나갈 수 있을 법한 화장실 창문을 통해서 탈출을 한 거임...

 

방범용 쇠창살은 미리 작업을 해 둬서 헐렁하게 만들어 놨었다더라.

 

불침번과 당직사관이 탈영 사실을 알게 된 그 시각에 둘은 이미 부대 밖에 있었음.

 

일단 숨겨둔 더블백을 찾아서 안에 있던 모포를 펼쳐서 담장 위의 철조망에 걸치고 옷이 들어있는 더블백을 밖으로 던짐.

 

한 명이 다른 사람을 올려주고 먼저 올라간 사람은 그 사람을 끌어 올려줘서 탈출에 성공함 ㄷㄷㄷ

 

그 새벽에 비상 걸려서 전 부대원이 다 기상해서 부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이미 그들은 미리 준비한 츄리닝으로 갈아 입고 택시를 타고 멀리 도망친 상황임...

 

 

 

그 이후로 한동안은 잡혔다는 소식이 없어서 좀 걱정이 되긴 했었는데, 열흘 정도 있다가 그 형이 제발로 들어왔다고 함.

 

나가서 여자친구를 줘 팼는지 아니면 울면서 매달렸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음. 

 

나 전역하고 나서도 탈영기간(약 10일)+풀창기간(15일)+연기입영(1일)을 합해서 군생활 더 하고 나왔다는 사실 밖에는 모름.

 

우리 부대가 여단장이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하기 위해 있는 부대라서 그런지 일을 키우지 않으려는 것 같았음.

 

다시 생각을 해 봐도 그 형이 참 대단했던 것 같음 ㅋㅋㅋㅋ

 

그 시간동안 헌병대와 경찰을 피해서 안 잡혔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그런 탈출계획을 세웠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음.

 

존나 무슨 프리즌 브레이크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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