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하다 만난 안전감시단 누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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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식 노가다는 주6일이 기본이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월~토 일하고 일요일 하루 쉬는 구조이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일하러 나가는 아저씨들이 있기도 했는데, 대부분 주말이면 본가로 가기 일쑤였다.
내가 지내던 숙소는 나 빼고 전부 가정이 있는 형님들이어서 토요일 일 끝나면 숙소엔 거의 나 혼자였다.
토요일이 되면 근처 피시방에 가서 누나와 함께 게임을 하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됐다.
공사는 계속 진행됐고 어느덧 무더운 여름날이 되었다. 작년 여름은 정말 미칠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것 다들 알 거야.
내가 있는 숙소는 신축 아파트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내 본가보다 훨씬 시설도 좋았다. 방마다 에어컨이 있었고, 보일러도 잘 돌아가 따뜻한 물이 항시 나왔다.
그래서 삶의 질만 놓고 보면 노가다를 하기 전보다 나을 정도였다.
반면 누나가 살던 원룸은 지어진지 오래 된 빌라를 리모델링 한 거였는데 에어컨이 없었다. 그 더운 여름을 선풍기 하나에만 의존해서 버틴다고 했다.
어쩌다 에어컨 얘기가 나오고, 누나는
"숙소 들어가기 싫어. 완전 찜통이야."
라고 내게 하소연했다. 그때 무슨 정신이었는지 나는 누나에게
"내 숙소 와서 쉬다갈래요? 에어컨 빵삥해서 엄청 시원한데."
"에이... 아저씨들 다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
"내가 사는 숙소 주말되면 나밖에 없어요. 일요일 저녁까지는."
"진짜?"
"숙소도 가까운데 좀 있다 가요."
"....그럴까?"
PC방에서 하던 오버워치를 마무리 하고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내 오버워치 성적은 뽀록났다.
누나는 누나 친구들과도 게임을 했고, 어느정도 오버워치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내 티어 점수가 별볼 일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고 여전히 우리는 함께 게임을 했다. 어떤 날은 누나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기도 했다.
물론 누나 친구들은 전부 상위급 실력자들이어서 우리는 쩌리밨에 되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떤 때보다 즐거워하는 누나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나도 누나 친구들에게 누님, 누님 하며 친근하게 굴었고 언제 화성에 놀러오면 같이 밥이나 먹자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건 나와 누나는 내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맥주라도 사가자 말하고싶었지만, 작업 치는 게 너무 뻔히 보이는 것 같아 말하지 못했다. 근데 누나가 먼저 시원하게 맥주나 마시자고 먼저 권했다.
우리는 4캔에 만원 하는 수입맥주와 과자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디행히 아무도 없었다.
"와 너네 숙소 되게 좋다."
"그런가? 사실 우리 집보다 좋아요 ㅋㅋ"
우리는 거실에서 에어컨을 18도까지 낮추고 맥주를 홀짝였다. 어색할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놀랄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난 은근슬쩍 물었다.
"요즘엔 아저씨들이 집적거리지 않아요?"
"응? 똑같지 뭐..."
"남자친구 있다고 말 안했어요? 아니면 말 했는데도 집적거리는 건가?"
"남자친구 있다고 말 안했어 ㅋㅋ 남자친구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해."
"에이 누나도 참. 내가 남자친구라고 말 하라니까."
"ㅋㅋㅋㅋ 야 어떻게 그래. 졸지에 나같은 게 네 여자친구가 돼버리는데."
그 따 뭔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 누나의 자존감이 이토록 낮아졌구나. 자기 따위를 어떻게 내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냐느냐는 누나의 말이 무척이나 신경쓰였다.
나도 보잘 것 없는 놈인데. 그래서일까.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난 말했다.
"누나가 어때서요. 솔직히..... 가능만 하면 누나랑 사귀고 싶을 정도인데."
"...어? 에이... 나같은 애랑 뭐하러."
"예쁘잖아요. 성격도 좋고."
"....아니야."
이 때 난 이제까지 우리 둘 사이에 있던 암묵적인 룰. 민감할 만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깨고싶었다. 누나에게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그리고 어쩌다 이 공사현장까지 와서 일하고 있는지 알고싶었다.
그래서 집요하리만큼 캐묻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누나가 도망갈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알게됐다. 누나가 공사현장까지 오게 된 경위와 누나의 지난 과거를.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정말로.
누나는 한마디로 말하면 나보다 훨씬 막장의 인생을 달리는 여자였다.
누나는 어릴 적부터 가정환경이 불우했다. 아버지는 있지도 않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엄마는 알콜 중독자였다고 한다.
고등학교도 간신히 나왔으니 대학 문턱을 넘을 일도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누나도 별로 대학에 미련은 없다고 했다.
성인이 되니 나라에서 주던 지원이 끊겼는데, 누나는 그 길로 엄마를 내버리고 집을 나왔다고 했다. 얼마나 미웠는지 그때까지도 엄마의 얼굴이 보기 싫다고 하면서.
누나는 무작정 고시원에 들어갔고, 근처 옷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수입이 너무 적어 고시원 월세에 생활비를 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21살때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인생이었다고 하면서.
그때 우연히 핸드폰 어플로 어떤 남자를 알게 됐는데, 그 놈이 자기에게 "스폰"을 받을 생각이 없냐고 물었단다. 그게 뭐냐고 했더니 쉽게 말해 달마다 일정 액수의 돈을 받고 섹파로 지내는 것이다.
누나는 별 고민도 없이 승락했다고 내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나 한달에 60~70만원, 많게는 100만원 가량을 받으며 밤일을 했다.
그런 생활을 이어오던 중 그 남자가 불현듯 연락을 끊었고, 씀씀이가 커진 어릴적 철없던 누나는 곧바로 다른 스폰을 만들어 돈을 받고 섹스를 해주었다.
많이 받을 때는 한달에 300만원도 받아봤다며 어색하게 웃던 누나가 그렇게 슬퍼보일 수 없었다.
그렇게 살다가 23살 무렵 엄마한테 연락이 왔다고 했다. 돈좀 달라는 요청이었고, 누나는 열불이 올라 모아둔 돈 1000만원을 던져주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고 자기를 딸이라고 생각하지도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했다.
그렇게 밤일 아닌 밤일을 하며 지내던 누나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임신. 버림받음. 낙태.
누나는 인생에 큰 회의감을 갖게 되었고 마치 자기가 제일 싫어하던 엄마처럼 술만 먹으며 골방에 틀어박혀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 때 나타나 손을 잡아준 것이 오버워치의 그 누님들이었다.
누나는 더이상 몸을 팔지 않았고 그 길로 공사현장에 나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내게 그 이야기를 했던 누나. 측은지심이 이런 것일까.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동정밖에 들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밀려오는 남정네들의 러브콜을 단칼에 거절한 이유도 그것이리라. 이젠 남자의 호의만 봐도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고 했다.
자기가 더러운 년이라고 자책하는 누나에게 난 어줍잖은 위로의 말을 건냈고, 마치 위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내 인생도 누나 못지 않게 하잘 것 없다고 설명을 늘어놓었다.
한바탕 울음소동이 그치고 고작 두당 맥주 두캔에 잔뜩 취한 우리는 그저 키스했다.
키스하고 더듬고 벗겼다. 그리고 조용히 거사를 치루었다.
둘만의 전야제가 끝나고 난 누나에게 성욕에 못이겨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해요 누나."
"괜찮아. 단지 나같은 애랑 이런 관계여도 괜찮겠어?"
"그런 말 좀 하지마요. 솔직히 나 누굴 챙길 여력은 되지 않아요. 근데 그냥 이정도. 일 끝나면 누나랑 같이 게임하고 밥먹고 가끔 술먹고 에어컨 쐬고 이정도는 할 수 있어요. 나랑 계속 놀아줘요."
"좋아."
좋아. 누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 뒤로 우리는 사귀는 것도 썸타는 것도 아닌 관계. 게임하고 밥먹고 술먹고 에어컨 쐬고 또 가끔 기분인 날은 몸을 섞는 관계를 맺었다.
어떤 날은 모텔방에서 어떤 날은 내 숙소에서 또 어떤 날은 누나 숙소에서 거사를 치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9월 말 담당 라인 공기(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이 끝이났다.
다음 편이 마지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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