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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증권계좌 개설 도와줬던 은행원과 만난썰

냥냥이 0 5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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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은행가서 키움증권 계좌개설했다고 썰을 올렸는데

그 계좌 개설 도와준 은행원이랑 만났다.

(앞의 내용 몰라도 이해하는데 별로 지장이 없으니 (없을걸?) 그냥 쭈욱 읽으면 됨..)

 

 

5시에 은행 앞 버스정거장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10분 전에 미리 나가 기다리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오더라고.

 

은행원 : [고객님, 죄송해요.. 일이 좀 늦게 끝날 것 같은데 7시 괜찮을까요?]

 

나 : [네. 알겠습니다. 아, 여유있게 8시 어때요?]

 

은행원 : [네. 그럼 더 좋죠. 근데 고객님 아까 주소보니 부평 사시던데 부평역에서 뵐 수 있을까요?]

 

라기에

8시에 부평역 앞 문화의 거리 낙동강제화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실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여자 별로 못만나본 나같은 놈은 공감할거다.

내가 굳이 8시로 미룬 이유는 저녁 메뉴에 대해 심히 고민 되었기 때문에

'뭐 먹으러 가지? 뭐 먹지? 으아!!!!!!!!!!'에 대한

결정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약속시간이 되어 그녀가 약속장소에 나왔고

그래도 형식상 물어봤다.

[ 배는 고프지 않으세요? ] 그러면서 동시에 

'제발..!! 은행에서 간단하게 먹고왔다고 해줘!!!!' 라고 빌었다.

 

[ 저는 오기 전에 간단하게 먹고 나왔는데.. 혹시 저녁 안드시고 나왔나요? ]

의 대답에 

나는 속으로 '휴우 정말 다행이다 ㅠㅠ' 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점심을 늦게 먹었으니 괜찮다고 둘러대었다.

그랬더니 은행원이 커피나 한잔 마시는거 어떻냐고 제안을 하더라고.

 

나의 빈틈없는 계산에 의하면

맥주를 마시러 가야 이따가 좆방망이를 휘둘러서 홈런을 치는건데

이상하게 커피성애자라 그런지

[네. 좋죠!!] 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사실 뒤늦은 고백이지만 때 커피 마시러 가면 안됐었다.

 

 

장소를 이동해서 그냥 제일 가까이에 위치한 스타북스를 갔음...

가니까 왠 카페공부충들이 존나 많더라고...

이름이 스타Books라 그런가...

책이 놓여져 있지 않는 테이블이 하나도 없었음.

그러면서도 동시에

책을 보고 있는 인간들도 없었음....

 

'ㅉㅉㅉ.. 새끼들아.. 카페에서 무슨 공부냐...

 왠지 니네는 공부를 못할거같은데 그 이유를 알겠다.

 더불어 인천이 학력수준 꼴찌인 이유가 너네같은 놈들 때문이다... ㅉㅉ'

 

라며 혀를 끌끌 차고 있었는데

 

[ XX씨, 커피 어떤걸로 마실거에요? ]

라는 은행원의 말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왜냐하면 느닷없이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에 너무 당황했기 때문...

 

' 아, 참.. 아까 서류작성하면서 내 이름 정도는 알고 있겠구나.. 

 근데 기억까지 하고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네.. 어라? 나한테 관심이 있는건가?

 이거 그린라이트각? 오늘 내 자지 부풀어서 팬티터지는각 ㅇㅈ? 네 ㅇㅈ합니다 엌ㅋㅋ'

 

이라며 혼자 망상에 빠져서 속으로는 헤헤헤헤 거리면서 겉으로는 엄진근하게

 

나 : [ 카페라떼로 할건데 그 쪽은요? ] 

 

은행원 : [ 호호호,, 저는 바닐라라떼에요. 

         (알바에게 신용카드를 건네며) 여기 카페라떼하고 바닐라라떼 한잔씩 따뜻한걸로 머그잔에다 주세요. ]

 

급주문을 하길래

나 : [ 어어어어? 제가 사야하는건데...... ]

 

은행원 : [ (윙크를 날리며) 나중에 갚으시면 되죠 ㅎㅎ]

 

나는 여기서 뭔가 좀 이상함을 느꼈다.

 

' 주갤럼들에 의하면, 여자는 그저 받아먹는 존재인데..? 너무 이상한걸?

 심지어 내가 밥을 산 것도 아니잖아.... 근데 왜 사는거지?

 그냥 내가 학생이라 사주는건가?? 아니면 이것저것 따지고 들어가는 그런 류의 여자가 아닌건가??

 잘 모르겠네... 주갤럼들아.. 너네는 틀렸어... ㅄ들아

 그나저나 알아서 지갑을 벌리네? 이거 오늘 조개 벌어지는 각인가? ㅎㅎㅎ

 하긴 나 정도 외모면 알아서 오픈이지 ㅎㅎㅎㅎ'

 

라며 두 번째 망상에 젖어 웃음을 주체하고 있지 못할 때

진동벨이 디리리링~~~ 울리며 나의 즐거운 망상을 해쳤다.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또 각자의 입으로 가져다대기를 반복하며

서로에 대해 잠깐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교 때는 전공이 무엇이었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등등...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대화가 끊기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약간은 어색했음.

아니, 오히려 그런 침묵 덕분에 어색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수다스러우면서 주절주절 떠벌리는 그런 남자가 아닌 무게감의 아우라를 내뿜었고

그녀 역시 내가 묻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하는 수줍어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요즘 핫하다는 소녀 수민이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그런 그녀에게 잠시나마 푹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나를

다시금 정신차리게 해준 것도 그녀였다.

 

은행원 : [ 저어어기, 이상한 얘기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

 

나 : [ 그럼요. 무슨 얘기죠? ]

 

은행원 : [ 혹시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라는 곳을 아세요? ]

 

나 : [ 네?? 어디요? 주식갤러리요? 아아~ 그러고보니 들어본적은 있습니다.

     얼마전 JoTVC에서 4대 유해사이트로 지정된 사이트 아닌가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

 

라며 대충 둘러댔다.

 

은행원 : [ 아뇨, 사실 제 고민이 거기하고 연관되어 있어서요...]

 

나 : [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고민이 무엇이고, 또 왜 그게 그런 사이트와 연관이 되어 있는지...

     혹시 신상정보라도 퍼져나간건가요? ]

 

은행원 : [ 아뇨아뇨, 그런건 아니고... 사실 작년에 인터넷 상에서 널리 퍼진

        ' 아프니까 결혼이다 ' 라는 소설을 들어보셨는지요.. 여혐소설인데 주인공의 와이프와 제 이름이 같아서요 ]

 

나는 그 순간 오늘 낮에 은행에서 서류를 작성했었던 기억을 뒤져보았다.

서류를 작성하면서 무심코 본 테이블 위에 놓여진, 그녀의 이름이 적힌 명패, 그리고 명패에 적힌 그녀의 이름

이미경계장...!.. 그러고보니 이름이 같긴 같구나

 

 

나 : [ 혹시 그 소설 등장인물의 이름이 '미경'이었던가요? ]

 

은행원 : [ 네 맞아요. XX씨도 그 쓰레기같은 소설 읽어보신건가요? ]

 

나 : [ 아뇨, 그게 아니라, 사실 아까 서류 작성하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명패를 통해 그 쪽의 이름을 확인했었습니다.]

 

은행원 : [ 휴우... 다행이네요.. 전 또 XX씨도 그런 소설이나 읽어보면서 낄낄대는 그런 부류의 분일까봐요..]

 

나 : [ 하하. 그럴리가요. 그나저나 집에 가면 어떤 내용인지 한번 검색해서 읽어봐야겠는걸요? ]

 

은행원 : [ 읽지 마세요. 정신건강에 해롭다니깐요.. 에효 어떤 또라이가 쓴건지는 몰라도

          여자 한번 못 만나본 사람이 피해망상에 찌들어서 쓴 글이에요..]

 

나 : [ 아, 그 정도인가요..? 그렇다면 읽지 말아야겠네요.. 휴우.. 어디가나 또라이는 많다지만

     인터넷 상에는 더욱 많군요. 특히 디시인사이드는요...

     그러니깐 유해사이트에 지정이 되었겠죠..]

 

라고 둘러댔는데

마음 속으로 광광 울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 헐트 아재, 저에게 짤을 왜 그려주신겁니까. 짤을 그려주신 댓가로 전 아재 통수를 후려쳤습니다.

 여자에게 좆방망이 한번 휘둘러보겠다고 저는 아재에게 쇠파이프를 후려 갈겼습니다...

 미안해요.. 아재... 미안해 주갤럼들아... 이제 나는 탈갤할게...'

 

그러면서도 사람이, 아니 남자라는 동물이 간사한게

마음 속에서는 눈물이 흐르면서도

팬티 안에서는 쿠퍼액이 흐르고 있더라...

 

어쨌건 정신 차리고 있지 못하던 그 순간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가 나에게

[ 그런데 XX씨는 커피 좋아하시나요? ] 라고 묻고 있었다.

 

나 : [ 그럼요~ 대한민국 살면서 커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

 

은행원 : [ 이런 카페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 말고 인스턴트커피도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는 이런 고급커피도 좋지만 인스턴트커피도 좋아하거든요. 안그래도 은행에서 일하다보면 바쁜데

         인스턴트커피를 달고 산다니깐요 ㅎㅎㅎㅎ]

 

' 그래, 이 여자다. 수수한 여자. 소박한 여자. 이 여자만큼은 흔히 말하는 김치녀가 아님에 분명하다.

 오늘 난 이 여자를 반드시 잡는다.

 카페인의 힘을 빌려, 각성의 효과를 긴긴밤 누리고야 말겠다...'

라는 강한 각오를 하며

 

나 : [ 그럼요~ 저도 인스턴트커피 좋아하는걸요. 달달하잖아요~]

 

은행원 : [ 참, 제가 또 인스턴트커피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데 아까 제가 언급한 주식갤러리라는데 있잖아요.

          저도 소설 때문에 접해본 곳이지만.. 근데 거기서 '인스턴트커피' 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 있는데

         그 분 글만 보면 힐링이 된달까요... 그래서 더욱 좋아하나봐요 ]

 

그 때 나는 아주 강한 확신을 했다.

아... 오늘 나와 이 여자가 만나게 되는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 사실 , 제가 그 인스턴트커피입니다 !!!! ]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그녀가 먼저 나에게

[ 혹시, 그 쪽이 주식갤러리 인스턴트커피 아니신지요? ]

라고 묻더라고.

 

그 순간 나는 쥐고 있던

머그잔을 놓쳐서 내 곧휴에 흘리고 말았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가였다.

 

나 [ 아... 맞..습니다만... 그걸 어떻게 아셨..

< 쫘악> 읍읍 ]

그녀가 나에게 물을 뿌려버렸다.

 

[ 이 주갤럼, 쌍노무 새끼 너 잘걸렸다. 니가 인스턴트커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았냐고?

 야 이 병신아. 니가 " 어제 은행가서 계좌개설했다. ssul" 이따구로 대놓고 글 쓰지 않았냐?

 나도 처음에 그 게시물 읽고 긴가민가 했어. 

 근데 67번 고객, 키움증권으로 신청했던 고객을 받았던 은행원은 전국에 나밖에 없지 않았을까? ]

 

나 : [ 저,, 저기요.. 근데 그 글이 뭐가 문제길래 저에게 물까지 끼얹으시는거죠? ]

 

은행원 : [ 너가 주갤럼이라는 거 하나면 이유가 되지 않니? 

          '미경'이란 이름때문에 내가 느닷없이 김치녀가 되어버리고,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직장에서조차

         편견으로 이미지가 얼룩져버렸는데 니가 그 심정을 아냐고 !!!!!! ]

 

라며 울기 시작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봉변을 당한 것이지만...

 

불과 몇 분전 헐트아재에게 통수를 때렸던 나였길래

이깟 물뿌림 정도는 대신 맞아줄 수 있다며 꾸욱 참았다.

그녀의 주갤에 대한 화가, 헐트찡에 대한 화가 가라앉길 기다리는 동안

팽팽히 화가 나 있던 내 좆도 그만 화가 가라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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