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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초겨울 추억 썰

멍멍이 0 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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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마 글씨조차 예쁘게 잘 쓸것같다.
 
필통엔 간단하지만 고급스러운 필기구들이 잘 정리되어있을거고 ,  손톱은 깨끗이 정리되어 투명한 보호제만 발려져 있을거다.
 
복숭아 향이 나는 립글로즈를 쓸거고 , 빨래를 할때엔 섬유유연제를 꼭 넣는 습관이 되있을거다.
 
그녀와 말 한마디 나눠본적은 없지만 그녀에 대해 꽤 상세하다고 할 만 한것들을 알고있다.
 
음  좀 덧붙이자면 항상 텀블러를 들고다니지만 커피향이 나진 않는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걸까 먹으면 발작이라도 일으키는걸까.
 
 
그녀는 잘 웃지 않았다. 그냥 뚱- 하니 입을 내민채 글씨를 끄적거린다거나 책을 읽는게 다였다.
 
그녀가 밝게 웃는걸 보고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줄 자신이 있었다.
 
 
시험기간이 끝난지 일주일밖에 안된 어느 대학교 도서관에서의 일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빽빽-하니 들어찼던 청춘들은 이제 다른곳을 빽빽-히 채우러 가버렸다.
 
띄엄 띄엄 넓은 도서관 열람실에는 몇 안되는 청춘들이 시간이나 때우고있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커피 안드시죠? 이거 하나 드세요.
 
쌀쌀한 가을,  차가운 스무디한잔을 손에 꼭 쥐어줬다.
 
- 아..고맙습니다.
 
- 근데 커피..못먹는거에요 안먹는거에요 ?
 
- 아..커피 마시면 손도 떨리고..어지럽고 그래서..
 
발작 맞네. 큰일날뻔했다.
 
 
 
그렇게 눈 인.사 로 몇일이 지났다. 
 
오늘은 자기가 한잔 살테니 지하에 있는 카페에 가잔다.
 
그녀가 잘 웃지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얼마전에 이별했다고 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남자애를 사귀었단다. 그리고 알콩달콩 만나다 군대에 갔고, 제대를 했단다.
 
불보듯 뻔하다만 , 그놈은 더 어린여자를 품었고 그 배신감에 몸서리가 쳐진다 했다. 
 
한달즈음 지났는데, 보름은 눈물을 달고 살았다 했다.
 
주제넘지만 난 그 빈자리를 채워줄수 있을것도 같았다. 
 
오지랖에 되도않은 사명감으로 그녀를 원래대로 ,  밝게 돌려놓아야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함께 밥도 먹고, 내가 차로 데려다준다고 했을때에도 거부하지 않았다.
 
집 지하주차장에서 30분이고 한시간이고  쫑알 거리다 하루가 끝났다. 그 좁은 차 안에서 단둘이.
 
그녀는 많이 웃기 시작했다. 내 얼굴이 신기해서 웃고 , 웃기게 생겨서 웃고 , 말투가 재밌어서 웃고, 재밌는 사람이라 했다.
 
그리고 그날도 지하주차장에서 한참을 떠들다, 이제 올라가라고 차에서 내려 손은 흔들었다.
 
- 나 안아주라 ㅎㅎㅎ
 
지성이면 감천이지 암 그렇고 말고.
 
160도 안되는 그녀는 내 품에 폭 안겼다. 나는 턱을 그녀의 정수리에 턱-하고 얹어놓고 ,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 난 안기는게 참 좋아.. 데려다 줄 때 마다 안아주면 안돼?
 
 
 
우리는 손을잡고 걸었다. 항상 서로의 끼니를 걱정했고 , 잘자라는 인사 없이는 잠들지 않았다.
 
거진 한달정도 같은날의 반복이었고 , 이젠 그녀도 우리 관계에 대해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식의 신호를 보내왔다.
 
그놈을 잊기위한 도구로 쓰여도 좋다. 다 잊고 나에게만 와 준다면.
 
 
 
그녀는 내 고백에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잘 부탁한다는 짧은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 날 집앞 엘리베이터에 서서 그녀를 보내기 전 , 안기는게 좋다던 그녀를 꼭 끌어안고
 
입술을 장난스럽게 가져다 댔다.
 
- 읍 안됫 안됫!
 
안된다며 고개를 이리저리 피하는 그녀는 밝게 웃고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볼에 쪽- 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 그녀는 그놈을 잊지 못했다. 
 
난 정말 무던히도 노력했다. 우유를 팔지않는 떡볶이 집에서 맵다고 우유 먹고싶다고 하면 뛰어가서 우유 사다 바쳤다.
 
반대방향인 그녀와 나의 집을 하루에 두번씩 왕복해서 기름값이 개 폭팔해도 괜찮았다.
 
그럼에도 진도는 영 나갈 기미가 안보였다. 스킨십 진도도 그렇긴 한데.. 그녀와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느낌을 못받았드랬다.
 
여자친구라면 내가 보고싶기도 하고 만져보고싶기도 하고 같이 있고싶기도 하고 그럴텐데 그런게 눈꼽만치도 안보였다.
 
 
 
하루는 그렇게 미적지근한 데이트를 하는중, 그녀가 옷을 고른다며 보세 옷집을 싹 다 뒤졌다. 난 쫄래 쫄래 따라다니기만 했다.
 
밥을 먹어도 그녀는 나보다 밥에만 관심이 있었다. 아니 , 일부러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려 애쓰는것으로도 보였다.
 
본인은 오래걸으면 허리 통증이 심한 체질이라 , 
 
그녀에게 별 사심없이  허리가 아파 죽겠으니 잠깐만 디비디방에 쉬었다가 가자- 고 띄워보았다.
 
일단 그녀는 경계를 풀지 않다가 , 정말 내가 아파하는게 보이자 그러겠노라고 했다.
 
 
사실 별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다.
 
연인이 아늑한 방 안에 , 그리고 분위기 좋은 영화까지 나온다면  나란히 누워 팔베게를 하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시간을 보낼수도 있는것일테고
 
그게 아니라면 나란히 앉아 손이라도 잡고 서로의 감정상태를 궁금해 한다거나 할텐데,
 
나는 나대로 허리가 아파 옆으로 누운 새우자세를 하고 멀뚱히 영화를 보고있었고 , 
 
그녀는 멀찍이 떨어져 무릎을 끌어앉고 앉아 영화에만 집중했다.
 
그간 쌓였던 설움이 터졌다.
 
난 너에게 도대체 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니가 옷을사러다니면 난 그 옷에게 지는 기분이 들고, 삔을 사러가면 그 삔에게 지는 기분이 든다.
 
하다못해 식당에 있는 물병조차 이길 자신이 없다. 근데 여기와서 니가 그러고 있는걸 보니 이대로는 안될것같다.
 
 
 
한참을 듣고있던 그녀가 내 옆으로 와 누웠다.
 
미안하다고..정말 그러기 싫은데 자꾸 그자식 생각이 난다고.  잊을수 있으면 뭐라도 해보고싶다고. 
 
뭐라도 해보고 싶다..라고 ..
 
그녀를 떠보기위해 입술을 가져다 댔다. 눈을 감고 내 입술을 받았다. 그게 첫  뽀뽀다.
 
혹시나 여기서 조금 더 나아질수 있을까 하는 맘에 입을 떼지않고 1분넘게 있었다.
 
그녀가 살짝 입을 열어주었다. 혀를 넣거나 하는 대신 그녀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핥았다.
 
그렇게 입안에 들어가지못하고 망설이길 몇분. 그녀는 피하지 않는것 외엔 이렇다할 액션이 없었다.
 
 
 
아까 그렇게 설움 폭발시켜놓고 ,  와서 안기고 뽀뽀해주니 좋다고 헤헤거린다 할지 모르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작은 몸을 조금씩 더듬었다. 굴곡은 없지만 부드러운 살결.
 
글씨마저 예쁠것같았던 그녀는 몸도 예뻣다. 여성미 넘치는 S 라인과의 거리는 멀었지만 ,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좋은향이 나는 몸이었다.
 
그리고 그녈 갖고싶었다.  이러퀘하면 널 가쥘쑤 이쓸꺼라 생칵해써 ! 라는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마주보고 누워있는 자세에서 그녀를 돌아눕혔다. 그리고 뒤에서 끌어안아 그녀가 조금은 안정감을 느낄수 있게 했다.
 
까슬한 스웨터 속에 내 손이 스멀스멀- 다닐때마다 몸이 움찔 움찔 튀는것이 느껴졌다.
 
치마 단추를 풀고 그녀의 아래로 손을 가져갔다. 
 
비록 속옷 겉이지만 그녀의 가장 은밀한곳에 손이 닿자 그녀는 얕은 숨을 뱉었다.
 
그녀의 목뒤에서 나는 끊임없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사랑한다고. 널 이렇게 해서 가질수 있다면 갖고싶다고.
 
치마와 속옷을 내려 종아리쯤에 걸쳐놓고 한손으로 작은 가슴을 쥐어보았다. 그것도 속옷 위로..
 
장소가 장소인지라 다 벗기면 곤란할것같아서. 그리고 그녀를 크게 자극하고싶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가만히 누워있는 여자를 옆에 두고 남자가 자기 바지를 주섬주섬 벗는 장면을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다.
 
왠만하면 거 어려운거도 아닌데 좀 벗겨주고 하면 분위기도 좋을텐데. 
 
꼭 밥먹기전에 숟가락 젓가락 놓듯이 내 손으로 바지를 벗어야된다니.
 
싫어도 별수있나, 안벗겨주면 벗어야지.
 
그녀의 한쪽 다리를 살짝 들고 내 몸을 밀착시켰다.
 
그녀는 아무래도 끝까지 가만히 있을 모양이다. 
 
꼴은 우습지만 그녀의 다리를 든 채로 한손으로 내껄 잡아 조심스럽게 넣었다.
 
- 윽...흑..윽..
 
하는 소리가 피스톤 박자에 맞춰서 났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제  어떤짓을 해도 그녈 가질수는 없다는거. 속된말로 그냥 그건 한번 대주는- 것일 뿐이라는거.
 
마지막이나마 그녀를 꼭 안아보고싶었다. 끝까지 밀어넣은채, 등뒤에서 그녀를 꼭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슬프게 말했다.
 
-나가자. 데려다줄게.
 
그녀는 아마 내가 사정한걸로 아는듯 했지만 , 그럴 기분도 아니었고 그럴만큼 얼빠진놈은 아니다.
 
 
 
 
집에가는 차 안에서 둘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놈을 잊을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싶다는 말.  
 
하지만 그리고 이어진 그 무언가는 실패했다.
 
그녀가 차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갈 때 까지, 잘가라든지 그런말조차 없었지만 그녀도 알았을거다. 
 
내가 더이상 연락하지 않으리라는걸.
 
우린 그렇게 짧은 가을을 보냈고 , 나는 그녀를 밝게 되돌려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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