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연수 매니저 그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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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해외에서 공부하던 나는 한국으로 들어왔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금수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의 해외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고, 조금 늦은 해외 유학 때문에 언어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 수년의 해외생활은 나를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언어도 차츰 따라갈 때쯤엔 그나마 괜찮았다.
대학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이행해야하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영주권을 딸 자격도 되지 않았고, 사실 딸 생각도 없었기에 국방의 의무는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물론 학교를 이유로 더 늦출 수는 있었지만, 나에겐 꽤 완고한 아버지가 계셨다. 아버지는 군대 피할 생각하지 말고 빨리 돌아오라고 하셨고 나는 곧장 한국으로 들어갔다.
군대에 빨리 가기 위해 신청을 했지만 생각보다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신체검사를 받으면 빨리 간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었는지 계속 지연되었다. 두달 정도 아무 소식이 없을 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영어를 배웠고 곧잘 했기 때문에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해외에서 공부했다는 프리미엄 덕분인지 과외 섭외가 제법 들어왔고, 나는 골라서 과외를 할 수 있었다. 벌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하루는 어머니를 따라 함께 대형 수퍼마켓에 갔다. 물론 짐꾼 역할이었다. 이리저리 장을 보고 나서 어머니는 뭐라도 먹고 들어가자고 하셨고, 나는 롯데리아를 골랐다. 오랜만에 한국식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먹어본 맥도날드는 이도저도 아닌 맛이었기 때문에 롯데리아를 선택했다.
불고기 버거 맛나요~~~ 새우버거 맛나요~~~~
나는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에 갔다. 어머니와 먹을 세트 메뉴 두 개를 준비했다. 매장은 매우 바빴고, 여러 내 또래 남녀 메이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땡큐! 3분이요!' 하고 외치면서 일하는 그들을 보니 부러웠다. 과외를 하면 나보다 어린 아이들을 주로 상대했다. 지금 와서 미안한 이야기지만 걔들은 정말…. 싸가지 없었다. 한국을 떠나 있던 내겐 친구도 제대로 없었고, 또래들끼리 일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다고 느꼈다.
"엄마. 나 여기서 일해볼까?"
"왜? 너 과외 하잖아."
"응. 근데 뭐…. 과외도 좋지만. 여기 나 또래 애들도 많고."
"친구 사귀고 싶어?"
"응. 나 집에서 맨날 게임만 하잖아."
어머니는 '네 컴퓨터 뿌숴야된다' 하면서 힘주어 말씀하셨다. 마침 그 매장에선 남녀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롯데리아 아르바이트에 지원했고 단박에 합격했다. 룰루랄라~
일은 사실 크게 힘들진 않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음, 사실 조금 좋아하는 편이다. 처음 롯데리아에 들어가서 메이트들에게 근무 들어가는 인사하는 것부터 배우고… 그 다음 내가 맡은 자리는 후라이(그렇게 부르더라)였다. 감자튀김(메이트들끼리는 빅 이라고 불렀다. 왜 빅이지?)이랑 새우버거 같은 비소고기류 패티를 튀겨내고 그런 일이었다. 사실 엄청 단순했다. 롯데리아에선 대부분의 용어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 사실 외울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일에 차츰 적응해갔다. 나이가 비슷한 누나, 형들, 또는 동생들과 일하는 건 굉장히 재밌었다. 가끔씩 다 모여서 회식도 하고, 노래방도 같이 가고, 메이트들끼리 썸을 타기도 했다. 나도 썸타고 싶다……
군대는 계속 연기됐다. 롯데리아에서 오래 일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느덧 몇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쥐꼬리 만한 시급도 조금 오르고, 나는 T메이트를 벗어나 C메이트, 그리고 B메이트까지 올라갔다. 4개월 정도 일했을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오전 근무를 보통 했다. '업 up' 근무라고 보통 불렀다. 대부분의 메이트들이 대학생이었던 반면 나는 군대 갈려고 기다리는 백수였다. 그래서 내가 거의 오전 근무를 다른 여자 메이트와 도맡아서 했다. 아쉽게도 그 메이트와 썸을 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몇달을 일했을 때, 어느 아침에 못 보던 여자 메이트가 한 명 매장에 보였다. 얼레? 아침 시간엔 나랑 미정이 밖에 없는데?
나는 누군지 궁금했고, 먼저 왔던 메이트 미정이에게 물어보았다.
"누구야? 새로운 메이트?"
"아니. 가맹점에서 온 연수 매니저래."
"연수 매니저가 뭐야?"
"음. 그러니까 롯데리아 매니저가 되기 위해 연수를 받는 거지."
음.. 간단한 말이었구나.
그녀의 이름 유채화(가명입니다. 완전 다른 이름인데 비슷한 이름입니다.. 뭔 얘기여?). 키는 160이 조금 안되는 키였는데 얼굴이 정말 조막만했다. 나보다 3살 연상의 그녀. 21살짜리 꼬맹이였던 내게 그녀는 3살 차이지만 매우 성숙한 여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바다가의 소라고동처럼 말린 긴 머리를 어깨 앞쪽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작은 입술을 예쁘게 빨갰고, 눈은 컸다. 속눈썹이 매우 길다는 걸 금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짙은 쌍꺼풀에 적당한 높이의 코, 그리고 코 위에 작은 점이 하나 있는데 꽤 돋보였다.
그냥 짧게 말해서… 예뻤다. 나는 그때 그녀의 미모를 뭐라고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냥 정말 예쁘다 그렇게 생각했다.
연수 매니저라고 해도 아직은 매니져가 아니다. 그녀는 다른 메이트들처럼 빨간 롯데리아 티셔츠에 검정 반바지, 그리고 빨간 캡을 썼다. 검정 반바지 아래 발목 스타킹, 그리고 그 아래 빨간 구두가 정말 언밸런스했다. 아마 저 메이트 유니폼이 문제겠지.
"채화씨. 내일부턴 이런 구두 신지 말고 검정색 단화로 신고 와요. 매장 바닥 미끄러워서 넘어지면 다치니까."
우리 매니저님 이연희. 키 17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스타일이 좋은 여자다. 지금 본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그 매니저님도 내겐 예뻤다. 지금 생각해도 예쁘다고 생각한다. 추억보정이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매장엔 여자 매니저 3, 남자 1, 그리고 남자 점장님이 계셨다. 연희 매니저님은 목소리도 크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마치 자신의 외모처럼. 다 좋은데 코가 조금 컸다. 그래서 예쁜 얼굴을 다소 깍아먹는 점은 있었다.
또 한 명, 김아라 매니저님. 내가 살던 아파트 바로 옆동네에 살았다. 연희맴과는 반대로 키가 156cm 밖에 안되는 코맹맹거리는 소리를 내는 귀여운 매니저님이었다. 나이는 연희맴보다 2살 정도 많았는데 도리어 훨씬 어려보였다.
이야기가 샜구나… 음…..
내가 주방에서 드레싱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그녀가 내 쪽으로 와서 꾸벅 인사를 했다.
"연수 매니저 유채화 근무 들어가겠습니다. 메이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마치 아장거리는 아기같다. 나는 가릴 수 없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때는 뭐랄까.. 순진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녀는 옆 칸의 메이트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지나갔다.
그렇게 첫 만남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와 지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우리 매장이 아닌 다른 가맹점의 매니저로 갈 예정이었다. 그전에 연수를 받는 것일 뿐이다. 우리 매장에 있을 시간은 고작해야 3주. 그것도 길어야 3주다. 나는 어떻게든 그녀와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다.
내 시프트 대로라면 매일 그녀와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거의 매일 일했짐나 늘 아침 근무였다. 그녀는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 근무를 번갈아 가면서 해야했기 떄문에(보통 오전 8시 ~ 오후 2시 시프트, 2시 ~ 8시 시프트, 6시 ~ 11시 시프트가 있었는데, 그녀는 보통 2개의 시프트를 연달아 하루에 소화했다) 오전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녀의 시프트를 미리 확인한 나는 과외가 없는 날이면 일부러 일이 끝나고도 매장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라도 그녀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녀가 저녁에 근무가 있을 때면 일부러 외부 음식을 사서 매장에 방문하기도 했다. 그녀를 자주 보고 싶었다.
가장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은 결국 같이 근무하는 시간이다. 같이 업근무가 걸리면 나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티나게 잘해준 것 같다. 같이 근무하던 미정이가 약간 짜증을 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때 바보였다. 잘해주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바보. 지금 돌이켜 보면 그녀가 나를 부담스럽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녀는 약간 멍한 면이 있었다. 일하다가 실수를 자주 했다. 특히 같이 그릴(고기 굽는 파트)에서 일하다가 알람을 못 듣고 패티를 태워먹기 일쑤였다. 지금에 와서 그 때의 고개들에게 고백한다. 여러분, 여러분이 드시 좀 얇아진 패티… 아마 눈치 못채셨겠지만 그거 제가 그런 거에요….. 나는 그녀가 패티를 태우면 교묘하게 탄 부분을 걷어내고 그냥 드레싱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우유를 쏟는다던지, 후라이의 온도를 잘못 맞춘다던지 하는 실수를 했다. 그 사람 좋은 아라맴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쏘아볼 정도였으니까. 그 덕분에 나는 그녀의 실수를 알게 모르게 만회해주며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정우 씨. 고마워요. 늘 도와줘서."
"으하하. 매니저님. 정우 씨는 뭔가요? 그냥 이름 부르세요."
"음. 그래도. 그래, 그럴게 그럼."
"안 힘들어요?"
"나 이쪽 일 완전 처음이라서 가끔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나 바보같지?"
"뭐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죠."
그녀가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도 잘 웃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웃음이 내게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나중에 나 매니저 되면, 너 거기로 올래?"
"저 그떄까지 군대 안 가면요."
"군대 가려고?"
"저 군대 가기 전에 이거 잠깐 하는 거라서요."
채화 씨 때문에 군대 안가고 싶어요!
라고 외치고 싶었다. 첫사랑은 이렇게 다가오는 걸까? 내가 이상했다. 여자를 잘 모르고, 그리고 관심도 많이 없었기에 도리어 무덤덤했던 나. 그런데 그녀를 보면 내 심장이 내 이성과 다르게 움직였다. 침착해야 한다는 말이 머리에만 있지 마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입은 벌려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내 이성이 말하는 건지 본능이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오늘 근무 언제 마치세요?"
"오늘 인(in - 오후 2시~6시 시프트) 근무까지 해야해서 6시 되야 마치는데."
"그렇구나…."
왜 물어본 거야? 나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 드레싱했다. 나는 한 다스(12개)의 햄버거를 랩핑 트레이(Wrapping tray)에 올려서 그녀 앞에 두었다. 숙련된 메이트는 한 개의 햄버거를 랩핑하는데 3초 정도 걸린다. 더 짧게 걸리는 괴물들도 많다. 그녀는 조심스레 랩핑 페이퍼를 들고 포장을 시작했다. 서투르다.. 서툴러…
나는 드레싱 하던 손을 씻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랩핑 페이퍼를 들고 그녀에게 말했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거에요. 이걸 펴고 나서 넣고, 그 다음에 왼쪽을 아래로, 오른쪽을 아래로, 그리고 정면을 접으면 되요."
"이렇게?"
음.. 여자도 손재주가 없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녀의 손이 작기 때문일까? 그녀를 포장을 하는데 반대쪽이 자꾸 일어난다. 기회다 라고 내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고 랩핑을 도와주었다. 그녀의 손은 조금 차가웠지만 부드러웠다. 내 손이 떨리는 걸 그녀는 알았을까? 심장이 아플 정도로 뛰었다.
"아.. 이렇게구나. 내가 하면 자꾸 풀려서."
"많이 해보면 되요."
"고마워. 자꾸 도움만 받네."
"나중엔 메이트들 다 가르치실 분인데요 뭐."
그녀가 히히히 하고 웃었다. 그녀는 확실히 백치미 같은 면이 있다.
오후 2시가 됐고 나는 근무를 마쳤다. 오후와 저녁 근무는 바쁘기 때문에 여러 메이트들이 들어온다. 그런 상황에선 그녀와 조금이라도 꽁냥꽁냥 거릴 수가 없다.
나는 그녀를 뒤로 하고 일단 퇴근했다. 몇 시간이 흘렀고, 나는 매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를 보고 싶다. 안 보니까 가슴이 더 아프다. 이상하다, 내가.
나는 갈등하다 다시 매장으로 향했다. 갈등하느라 시간을 허비해서 시간이 늦었다. 나는 헐레벌떡 매장에 도착했지만 그녀는 이미 퇴근하고 없었다. 푸우… 내가 뭐 하는 거야 지금….
링크 : http://www.mhc.kr/8297780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해외에서 공부하던 나는 한국으로 들어왔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금수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의 해외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고, 조금 늦은 해외 유학 때문에 언어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 수년의 해외생활은 나를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언어도 차츰 따라갈 때쯤엔 그나마 괜찮았다.
대학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이행해야하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영주권을 딸 자격도 되지 않았고, 사실 딸 생각도 없었기에 국방의 의무는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물론 학교를 이유로 더 늦출 수는 있었지만, 나에겐 꽤 완고한 아버지가 계셨다. 아버지는 군대 피할 생각하지 말고 빨리 돌아오라고 하셨고 나는 곧장 한국으로 들어갔다.
군대에 빨리 가기 위해 신청을 했지만 생각보다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신체검사를 받으면 빨리 간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었는지 계속 지연되었다. 두달 정도 아무 소식이 없을 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영어를 배웠고 곧잘 했기 때문에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해외에서 공부했다는 프리미엄 덕분인지 과외 섭외가 제법 들어왔고, 나는 골라서 과외를 할 수 있었다. 벌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하루는 어머니를 따라 함께 대형 수퍼마켓에 갔다. 물론 짐꾼 역할이었다. 이리저리 장을 보고 나서 어머니는 뭐라도 먹고 들어가자고 하셨고, 나는 롯데리아를 골랐다. 오랜만에 한국식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먹어본 맥도날드는 이도저도 아닌 맛이었기 때문에 롯데리아를 선택했다.
불고기 버거 맛나요~~~ 새우버거 맛나요~~~~
나는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에 갔다. 어머니와 먹을 세트 메뉴 두 개를 준비했다. 매장은 매우 바빴고, 여러 내 또래 남녀 메이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땡큐! 3분이요!' 하고 외치면서 일하는 그들을 보니 부러웠다. 과외를 하면 나보다 어린 아이들을 주로 상대했다. 지금 와서 미안한 이야기지만 걔들은 정말…. 싸가지 없었다. 한국을 떠나 있던 내겐 친구도 제대로 없었고, 또래들끼리 일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다고 느꼈다.
"엄마. 나 여기서 일해볼까?"
"왜? 너 과외 하잖아."
"응. 근데 뭐…. 과외도 좋지만. 여기 나 또래 애들도 많고."
"친구 사귀고 싶어?"
"응. 나 집에서 맨날 게임만 하잖아."
어머니는 '네 컴퓨터 뿌숴야된다' 하면서 힘주어 말씀하셨다. 마침 그 매장에선 남녀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롯데리아 아르바이트에 지원했고 단박에 합격했다. 룰루랄라~
일은 사실 크게 힘들진 않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음, 사실 조금 좋아하는 편이다. 처음 롯데리아에 들어가서 메이트들에게 근무 들어가는 인사하는 것부터 배우고… 그 다음 내가 맡은 자리는 후라이(그렇게 부르더라)였다. 감자튀김(메이트들끼리는 빅 이라고 불렀다. 왜 빅이지?)이랑 새우버거 같은 비소고기류 패티를 튀겨내고 그런 일이었다. 사실 엄청 단순했다. 롯데리아에선 대부분의 용어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 사실 외울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일에 차츰 적응해갔다. 나이가 비슷한 누나, 형들, 또는 동생들과 일하는 건 굉장히 재밌었다. 가끔씩 다 모여서 회식도 하고, 노래방도 같이 가고, 메이트들끼리 썸을 타기도 했다. 나도 썸타고 싶다……
군대는 계속 연기됐다. 롯데리아에서 오래 일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느덧 몇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쥐꼬리 만한 시급도 조금 오르고, 나는 T메이트를 벗어나 C메이트, 그리고 B메이트까지 올라갔다. 4개월 정도 일했을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오전 근무를 보통 했다. '업 up' 근무라고 보통 불렀다. 대부분의 메이트들이 대학생이었던 반면 나는 군대 갈려고 기다리는 백수였다. 그래서 내가 거의 오전 근무를 다른 여자 메이트와 도맡아서 했다. 아쉽게도 그 메이트와 썸을 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몇달을 일했을 때, 어느 아침에 못 보던 여자 메이트가 한 명 매장에 보였다. 얼레? 아침 시간엔 나랑 미정이 밖에 없는데?
나는 누군지 궁금했고, 먼저 왔던 메이트 미정이에게 물어보았다.
"누구야? 새로운 메이트?"
"아니. 가맹점에서 온 연수 매니저래."
"연수 매니저가 뭐야?"
"음. 그러니까 롯데리아 매니저가 되기 위해 연수를 받는 거지."
음.. 간단한 말이었구나.
그녀의 이름 유채화(가명입니다. 완전 다른 이름인데 비슷한 이름입니다.. 뭔 얘기여?). 키는 160이 조금 안되는 키였는데 얼굴이 정말 조막만했다. 나보다 3살 연상의 그녀. 21살짜리 꼬맹이였던 내게 그녀는 3살 차이지만 매우 성숙한 여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바다가의 소라고동처럼 말린 긴 머리를 어깨 앞쪽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작은 입술을 예쁘게 빨갰고, 눈은 컸다. 속눈썹이 매우 길다는 걸 금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짙은 쌍꺼풀에 적당한 높이의 코, 그리고 코 위에 작은 점이 하나 있는데 꽤 돋보였다.
그냥 짧게 말해서… 예뻤다. 나는 그때 그녀의 미모를 뭐라고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냥 정말 예쁘다 그렇게 생각했다.
연수 매니저라고 해도 아직은 매니져가 아니다. 그녀는 다른 메이트들처럼 빨간 롯데리아 티셔츠에 검정 반바지, 그리고 빨간 캡을 썼다. 검정 반바지 아래 발목 스타킹, 그리고 그 아래 빨간 구두가 정말 언밸런스했다. 아마 저 메이트 유니폼이 문제겠지.
"채화씨. 내일부턴 이런 구두 신지 말고 검정색 단화로 신고 와요. 매장 바닥 미끄러워서 넘어지면 다치니까."
우리 매니저님 이연희. 키 17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스타일이 좋은 여자다. 지금 본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그 매니저님도 내겐 예뻤다. 지금 생각해도 예쁘다고 생각한다. 추억보정이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매장엔 여자 매니저 3, 남자 1, 그리고 남자 점장님이 계셨다. 연희 매니저님은 목소리도 크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마치 자신의 외모처럼. 다 좋은데 코가 조금 컸다. 그래서 예쁜 얼굴을 다소 깍아먹는 점은 있었다.
또 한 명, 김아라 매니저님. 내가 살던 아파트 바로 옆동네에 살았다. 연희맴과는 반대로 키가 156cm 밖에 안되는 코맹맹거리는 소리를 내는 귀여운 매니저님이었다. 나이는 연희맴보다 2살 정도 많았는데 도리어 훨씬 어려보였다.
이야기가 샜구나… 음…..
내가 주방에서 드레싱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그녀가 내 쪽으로 와서 꾸벅 인사를 했다.
"연수 매니저 유채화 근무 들어가겠습니다. 메이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마치 아장거리는 아기같다. 나는 가릴 수 없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때는 뭐랄까.. 순진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녀는 옆 칸의 메이트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지나갔다.
그렇게 첫 만남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와 지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우리 매장이 아닌 다른 가맹점의 매니저로 갈 예정이었다. 그전에 연수를 받는 것일 뿐이다. 우리 매장에 있을 시간은 고작해야 3주. 그것도 길어야 3주다. 나는 어떻게든 그녀와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다.
내 시프트 대로라면 매일 그녀와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거의 매일 일했짐나 늘 아침 근무였다. 그녀는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 근무를 번갈아 가면서 해야했기 떄문에(보통 오전 8시 ~ 오후 2시 시프트, 2시 ~ 8시 시프트, 6시 ~ 11시 시프트가 있었는데, 그녀는 보통 2개의 시프트를 연달아 하루에 소화했다) 오전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녀의 시프트를 미리 확인한 나는 과외가 없는 날이면 일부러 일이 끝나고도 매장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라도 그녀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녀가 저녁에 근무가 있을 때면 일부러 외부 음식을 사서 매장에 방문하기도 했다. 그녀를 자주 보고 싶었다.
가장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은 결국 같이 근무하는 시간이다. 같이 업근무가 걸리면 나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티나게 잘해준 것 같다. 같이 근무하던 미정이가 약간 짜증을 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때 바보였다. 잘해주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바보. 지금 돌이켜 보면 그녀가 나를 부담스럽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녀는 약간 멍한 면이 있었다. 일하다가 실수를 자주 했다. 특히 같이 그릴(고기 굽는 파트)에서 일하다가 알람을 못 듣고 패티를 태워먹기 일쑤였다. 지금에 와서 그 때의 고개들에게 고백한다. 여러분, 여러분이 드시 좀 얇아진 패티… 아마 눈치 못채셨겠지만 그거 제가 그런 거에요….. 나는 그녀가 패티를 태우면 교묘하게 탄 부분을 걷어내고 그냥 드레싱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우유를 쏟는다던지, 후라이의 온도를 잘못 맞춘다던지 하는 실수를 했다. 그 사람 좋은 아라맴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쏘아볼 정도였으니까. 그 덕분에 나는 그녀의 실수를 알게 모르게 만회해주며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정우 씨. 고마워요. 늘 도와줘서."
"으하하. 매니저님. 정우 씨는 뭔가요? 그냥 이름 부르세요."
"음. 그래도. 그래, 그럴게 그럼."
"안 힘들어요?"
"나 이쪽 일 완전 처음이라서 가끔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나 바보같지?"
"뭐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죠."
그녀가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도 잘 웃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웃음이 내게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나중에 나 매니저 되면, 너 거기로 올래?"
"저 그떄까지 군대 안 가면요."
"군대 가려고?"
"저 군대 가기 전에 이거 잠깐 하는 거라서요."
채화 씨 때문에 군대 안가고 싶어요!
라고 외치고 싶었다. 첫사랑은 이렇게 다가오는 걸까? 내가 이상했다. 여자를 잘 모르고, 그리고 관심도 많이 없었기에 도리어 무덤덤했던 나. 그런데 그녀를 보면 내 심장이 내 이성과 다르게 움직였다. 침착해야 한다는 말이 머리에만 있지 마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입은 벌려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내 이성이 말하는 건지 본능이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오늘 근무 언제 마치세요?"
"오늘 인(in - 오후 2시~6시 시프트) 근무까지 해야해서 6시 되야 마치는데."
"그렇구나…."
왜 물어본 거야? 나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 드레싱했다. 나는 한 다스(12개)의 햄버거를 랩핑 트레이(Wrapping tray)에 올려서 그녀 앞에 두었다. 숙련된 메이트는 한 개의 햄버거를 랩핑하는데 3초 정도 걸린다. 더 짧게 걸리는 괴물들도 많다. 그녀는 조심스레 랩핑 페이퍼를 들고 포장을 시작했다. 서투르다.. 서툴러…
나는 드레싱 하던 손을 씻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랩핑 페이퍼를 들고 그녀에게 말했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거에요. 이걸 펴고 나서 넣고, 그 다음에 왼쪽을 아래로, 오른쪽을 아래로, 그리고 정면을 접으면 되요."
"이렇게?"
음.. 여자도 손재주가 없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녀의 손이 작기 때문일까? 그녀를 포장을 하는데 반대쪽이 자꾸 일어난다. 기회다 라고 내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고 랩핑을 도와주었다. 그녀의 손은 조금 차가웠지만 부드러웠다. 내 손이 떨리는 걸 그녀는 알았을까? 심장이 아플 정도로 뛰었다.
"아.. 이렇게구나. 내가 하면 자꾸 풀려서."
"많이 해보면 되요."
"고마워. 자꾸 도움만 받네."
"나중엔 메이트들 다 가르치실 분인데요 뭐."
그녀가 히히히 하고 웃었다. 그녀는 확실히 백치미 같은 면이 있다.
오후 2시가 됐고 나는 근무를 마쳤다. 오후와 저녁 근무는 바쁘기 때문에 여러 메이트들이 들어온다. 그런 상황에선 그녀와 조금이라도 꽁냥꽁냥 거릴 수가 없다.
나는 그녀를 뒤로 하고 일단 퇴근했다. 몇 시간이 흘렀고, 나는 매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를 보고 싶다. 안 보니까 가슴이 더 아프다. 이상하다, 내가.
나는 갈등하다 다시 매장으로 향했다. 갈등하느라 시간을 허비해서 시간이 늦었다. 나는 헐레벌떡 매장에 도착했지만 그녀는 이미 퇴근하고 없었다. 푸우… 내가 뭐 하는 거야 지금….
링크 : http://www.mhc.kr/8297780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해외에서 공부하던 나는 한국으로 들어왔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금수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의 해외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고, 조금 늦은 해외 유학 때문에 언어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 수년의 해외생활은 나를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언어도 차츰 따라갈 때쯤엔 그나마 괜찮았다.
대학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이행해야하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영주권을 딸 자격도 되지 않았고, 사실 딸 생각도 없었기에 국방의 의무는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물론 학교를 이유로 더 늦출 수는 있었지만, 나에겐 꽤 완고한 아버지가 계셨다. 아버지는 군대 피할 생각하지 말고 빨리 돌아오라고 하셨고 나는 곧장 한국으로 들어갔다.
군대에 빨리 가기 위해 신청을 했지만 생각보다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신체검사를 받으면 빨리 간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었는지 계속 지연되었다. 두달 정도 아무 소식이 없을 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영어를 배웠고 곧잘 했기 때문에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해외에서 공부했다는 프리미엄 덕분인지 과외 섭외가 제법 들어왔고, 나는 골라서 과외를 할 수 있었다. 벌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하루는 어머니를 따라 함께 대형 수퍼마켓에 갔다. 물론 짐꾼 역할이었다. 이리저리 장을 보고 나서 어머니는 뭐라도 먹고 들어가자고 하셨고, 나는 롯데리아를 골랐다. 오랜만에 한국식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먹어본 맥도날드는 이도저도 아닌 맛이었기 때문에 롯데리아를 선택했다.
불고기 버거 맛나요~~~ 새우버거 맛나요~~~~
나는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에 갔다. 어머니와 먹을 세트 메뉴 두 개를 준비했다. 매장은 매우 바빴고, 여러 내 또래 남녀 메이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땡큐! 3분이요!' 하고 외치면서 일하는 그들을 보니 부러웠다. 과외를 하면 나보다 어린 아이들을 주로 상대했다. 지금 와서 미안한 이야기지만 걔들은 정말…. 싸가지 없었다. 한국을 떠나 있던 내겐 친구도 제대로 없었고, 또래들끼리 일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다고 느꼈다.
"엄마. 나 여기서 일해볼까?"
"왜? 너 과외 하잖아."
"응. 근데 뭐…. 과외도 좋지만. 여기 나 또래 애들도 많고."
"친구 사귀고 싶어?"
"응. 나 집에서 맨날 게임만 하잖아."
어머니는 '네 컴퓨터 뿌숴야된다' 하면서 힘주어 말씀하셨다. 마침 그 매장에선 남녀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롯데리아 아르바이트에 지원했고 단박에 합격했다. 룰루랄라~
일은 사실 크게 힘들진 않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음, 사실 조금 좋아하는 편이다. 처음 롯데리아에 들어가서 메이트들에게 근무 들어가는 인사하는 것부터 배우고… 그 다음 내가 맡은 자리는 후라이(그렇게 부르더라)였다. 감자튀김(메이트들끼리는 빅 이라고 불렀다. 왜 빅이지?)이랑 새우버거 같은 비소고기류 패티를 튀겨내고 그런 일이었다. 사실 엄청 단순했다. 롯데리아에선 대부분의 용어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 사실 외울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일에 차츰 적응해갔다. 나이가 비슷한 누나, 형들, 또는 동생들과 일하는 건 굉장히 재밌었다. 가끔씩 다 모여서 회식도 하고, 노래방도 같이 가고, 메이트들끼리 썸을 타기도 했다. 나도 썸타고 싶다……
군대는 계속 연기됐다. 롯데리아에서 오래 일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느덧 몇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쥐꼬리 만한 시급도 조금 오르고, 나는 T메이트를 벗어나 C메이트, 그리고 B메이트까지 올라갔다. 4개월 정도 일했을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오전 근무를 보통 했다. '업 up' 근무라고 보통 불렀다. 대부분의 메이트들이 대학생이었던 반면 나는 군대 갈려고 기다리는 백수였다. 그래서 내가 거의 오전 근무를 다른 여자 메이트와 도맡아서 했다. 아쉽게도 그 메이트와 썸을 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몇달을 일했을 때, 어느 아침에 못 보던 여자 메이트가 한 명 매장에 보였다. 얼레? 아침 시간엔 나랑 미정이 밖에 없는데?
나는 누군지 궁금했고, 먼저 왔던 메이트 미정이에게 물어보았다.
"누구야? 새로운 메이트?"
"아니. 가맹점에서 온 연수 매니저래."
"연수 매니저가 뭐야?"
"음. 그러니까 롯데리아 매니저가 되기 위해 연수를 받는 거지."
음.. 간단한 말이었구나.
그녀의 이름 유채화(가명입니다. 완전 다른 이름인데 비슷한 이름입니다.. 뭔 얘기여?). 키는 160이 조금 안되는 키였는데 얼굴이 정말 조막만했다. 나보다 3살 연상의 그녀. 21살짜리 꼬맹이였던 내게 그녀는 3살 차이지만 매우 성숙한 여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바다가의 소라고동처럼 말린 긴 머리를 어깨 앞쪽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작은 입술을 예쁘게 빨갰고, 눈은 컸다. 속눈썹이 매우 길다는 걸 금새 알 수 있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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